지겨운 겨울과 그리운 벚꽃
2025.04.03
윤방
겨울이 다가오는 냄새, 그것이 더욱 진해지는 냄새, 맡고 또 맡다보면 어느새 그 날카로운 냄새에 익숙해진다.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냄새는 유난히 나를 더 힘들게 한다. 가을 옆에 봄이 있었다면 이토록 봄이 좋았을까. 겨울 옆에 봄이 붙어서, 봄의 계절은 유별나게 반갑다.
얼마 전 단짝친구를 찾아 만났다. 힘들다며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내 친구는 넘어진 나를 '일으키기 전에' 어디 다친 데는 없는 지 계속 살펴봐주더라. 못 일어나는 나를 나무라지 않고, 당신도 낮추어 조심히 어루만져 주었다. 세상살이, 이런 친구 한 명이나 있다는 게 참 행운이란 걸 잊고살았구나. 고마워 내 친구.
친구와 최근에 이야기를 나누다 요상한 발견을 했다. '가끔 우울한 채로 머물러 있고 싶다'는 것. 맞아 내가 무너져 내린 요즘이 힘들다고 어제 글을 썼지만, 실은 당장 벗어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좁은 내 안에 안전하게 갇혀지내 우울한 채로 외로운 채로 잠시 머물고 싶었던 것이다.
우는 것보다 나가 뛰면서 흐르는 땀이 몇 배는 더 좋아서, 찡그리며 고뇌하는 것보다 나가 뛰면서 느끼는 고통의 표정이 몇 배는 더 좋아서 요즘 자주 뛴다. 나무들 끄트머리가 갈색빛을 띄며 떨어지고 있고, 점점 더 푸르르게 무성해지고 있더라. 나와 비슷하기를 기대하며 생각했다. 자라나면서도 썩어가고 있지만, 썩어가면서도 자라나는 중인 청춘.
나의 외로움과 우울감을 채워주고 싶어하는 주변 동료들이 늘어났다. 누구에게나 쉽게 기대지 못하는 나는 이 겨울이 낯설기도 수줍기도 하다. 의기소침해진 요즘의 나를 향해 동료들이 자꾸 자꾸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자꾸 멋지다고 한다. "내가 뭘.." "말이라도 고마워" 라는 말은 안하려 안간 힘을 쓴다. 행여 비슷한 말이 튀어나오면 "라고 말하지만 진짜 고마워서 그래"라며 당신의 마음 혹은 노력을 해치지 않으려 덧붙이고 덧붙인다. 그래 고마운 일이다. 넘어진 나를 모른채 하지 않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고마운 일이다.
이 겨울
마침내
이 봄이 되더라도
다시 찾아올 겨울에 대비하든, 이 봄을 흠뻑 누리든, 아무튼 이 겨울을 고이 보낼 수 있도록 하루만 한발짝만 한움큼만 더, 더, 잘 지내보련다. 스물 일곱, 나의 청춘은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조형으로 변화하였을 뿐이라며. 또 당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