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컨셉은 확실한가요?
브런치란 플랫폼을 알고 곧바로 작가 도전을 해서 한 번에 붙었다. 재수, 삼수도 부지기수라던데 한 방에 합격을 한 나는 소위 나에게 '글빨'이 있어서라고 오만방자한 착각을 했다. 허나 내가 브런치에 단 한 번에 합격했던 것은 작가 신청할 때 써둔 글의 컨셉이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첫 브런치 글들의 주제는 "영어 학원 선생님의 엄마표 영어 도전기"였다.
브런치를 쓰기 전, 몇 개월간 블로그에 매일 1포스팅으로 두 딸의 엄마표 영어를 성실히 기록했다. 그것의 연장선에서 브런치에도 엄마표 영어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계획했고, 그 컨셉이 분명했기에 브런치 측에서 흔쾌히 한방에 통과시켜준 것 같다.
그런데 작가란 타이틀이 붙자, 난 다른 글이 써보고 싶었다. 엄마표 영어는 학습을 하는 주최가 엄마인 내가 아닌 아이들이었고, 매일 비슷한 루틴으로 진행되는 영어를 에세이 형식으로 브런치에 맞게 녹아들어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블로그에 주구장창 올렸던 주제를 또 브런치에 쓰고 싶지 않다는 반발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 쓰고 싶은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참 폐쇄적인 플랫폼인듯한데(내 주변에 브런치의 존재를 아는 지인들이 거의 없어서) 이 안에서는 매일같이 엄청난 글들이 발행되고 작가님들의 열정은 실로 대단하다.
브런치 메인에 인기글로 올라오는 글들을 찬찬히 보면 너무 진지하거나 무거운 글보다는 가볍고 유쾌한 글이 인기가 있는 것이란 나름 분석도 해봤다. 그러나 쓸데없이 무거운 나에게 가볍고 유쾌한 글을 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신랑을 빙자해서 가벼운 이야기를 써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진짜 다음 메인에도 오르고, 브런치 인기글에도 오르면서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얼떨떨하면서도 씁쓸했다. 신랑 이야기로만 글을 계속 쓰는 것은 무리였다. 내 글감을 위해 그에게 일상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보라고 졸라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과적으로 난 이런저런 글들을 그냥 닥치는 대로 써봤다. '매일 무엇이든 써보자'란 목표로 일단은 새벽에 일어나서 모닝 페이지로 계속 주저리주저리 쓰기 시작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멍한 상태로 자판을 놀려가며 글을 쓰다가 탁하고 걸리는 경험이나 단어가 있으면 그것을 잡고 다시 차근히 풀어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늘 끝맺음을 제대로 못하고 저장해둔 글들만 부지기수이다.
글을 쓸수록 답답함은 늘어가는데 쓸데없는 욕심은 커졌다. 브런치에서 브런치 북을 발간해서 정식 작가로 책까지 낸 사례들을 보면서 호기롭게 도전정신만 싹튼 것이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한 교육기관에서 하는 글쓰기 유료 강좌를 신청해서 들어봤다. 두 명의 에디터와 독립 출판을 직접 한 브런치 작가님이 나오셔서 무려 3시간이 넘는 강의를 해주셨다. 단돈 몇만 원을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정말 알차고 유익한 강의였다. 그 강의를 들은 수강생이 화면에서 보이기론 100명가량이었는데 실시간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는 걸 보니 대부분 브런치 작가님들이 많았다. 모두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유료 강의까지 신청해서 들은 것 같았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동지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세 명의 강연자들이 한결같이 말했던 내용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컨셉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였다.
두 분의 에디터들은 솔직히 브런치 작가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출판사 에디터들이 브런치에서 하이에나처럼 좋은 작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필력(글솜씨)을 갖추고 있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하 것이 분명한 컨셉이라고 똑같이 강조하셨다. 요즘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직접 출판사에 투고를 하지만, 그보다는 편집자가 먼저 작가를 찾아오게 하는 것이 더 근사한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하셨다. 진정 그런 작가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결국 그놈의 '컨셉'찾는 것이 문제다. 결국 자신의 이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갖춘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컨셉'이 무엇인지를 몰라서 유료 강의를 찾아 들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뼈를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나 자신이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나처럼 보이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걸 목표로 하세요.
가장 '나다운 나'가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나를 나로 만드는 모든 요소를 받아들이세요.
그걸 지지하세요. 사랑하세요. 갈고닦으세요.
사람들이 그걸 조롱하고 비웃을 때 휩쓸리지 마세요. 대부분의 험담은 사실 질투랍니다.
묵묵히 할 일을 하세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p138
최근에 읽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것이 그 책이 담고 싶은 메시지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글도 결국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면 실패하는 것 같다. 나 자신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솔직하고 진솔한 글을 써야 한다.
획일주의의 최고봉인 대한민국에서 산다면, 살아가는 모양도, 경험도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냐만은 같은 경험을 했어도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가장 '나다운 나'로 보이는 글을 쓰고 싶다. 당장 그것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분명 갈고닦는 인고의 노력은 어디에서 필요한 법. 뒤죽박죽, 엉망진창, 이리저리 흔들리는 글을 쓴다 해도 매일 갈고닦는 일을 게을리 하지만 말자. 하다 보면 나에게도 분명 그 '컨셉'이란 놈이 오지 않겠는가.(제 글을 읽어주는 독자님들, 제가 앞으로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더라도 양해해주세요.)
덧) 나만의 컨셉을 찾기 위한 세 가지 질문을 알려주셨다.
1. 나의 요즘 관심사, 화두는 무엇일까?
2. 시간, 돈, 애정을 가장 많이 쓰는 대상은?
3. 내가 가장 신나게 떠들 수 있는 주제는?
현재로서 나의 대답은 '육아'와 '독서', 그리고 '글쓰기'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