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 엄마의 영어실력과 진짜 상관없을까?(2

목표를 분명하게 정하세요.

by 세리

(1) 번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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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면서 영어 공부 방법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는 것은 나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무엇을 시작하든, 그것의 방법을 아는 것보다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표 영어를 하루에 3시간씩 어떻게 하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왜 엄마표 영어를 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고민하고 그 답을 분명히 갖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엄마들이 그 목표를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니깐, 코로나 때문에 학원에 보내기 힘들어져서,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고 현재 필요에 따라, 주변 이웃의 권유 때문에, 유튜버의 영상을 보니 좋다고 하니깐 '일단 시작해봐야지..'하고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표를 진행하면서 이것이 옳은 방법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다른 집 아이는 잘 따라가고 영어로 말도 하기 시작한다는데, 왜 우리 아이는 아직도 영어로만 영상 보기를 거부할까요, 언제쯤 아웃풋이 나올까요..."라며 다른 엄마표 아이들과 비교하며 고민이 시작된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영상과 책을 찾는데 온종일 시간과 열정을 쏟기에 막상 아이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그 실망도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기 싫어하는 아이와 매일 3시간 영어에 사로잡혀 억지로 시키다 보면 관계만 악화되고 아이는 더욱 영어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대부분은 엄마가 확실한 목표와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급함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잘 안 되는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엄마들도 있다. "내가 열심히 못해서요." "내가 영어를 잘 몰라서요." "내가 아이에게 화만 내서요"라고 말이다.


엄마표 영어를 선택해서 엄마표로 얻을 수 있는 목표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만약 그 목표가 1차적으로 중학교 내신과 수능 점수 1등급이라면, 나는 말리고 싶다. 물론 엄마표 영어를 해서 '아이가 해리포터까지 읽으면 수능 1등급은 쉽게 받는다'라는 국룰이 엄마표 영어 사이에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수능은 고사하고 막상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아이의 내신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엄마표 영어를 중단하고 영어 내신 학원으로 돌아선 경우도 꽤 많이 봤다.


나는 엄마표 영어를 시작할 때 목표가 분명했다.


"아이들의 영어 듣기 실력이 향상되어 영어 콘텐츠들을 자막 없이 즐길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책을 원서로 읽는 것"


영어 시험 점수를 잘 받게 하기 위해 엄마표 영어를 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어 시험만을 위해서였다면 더 효과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어학원에 보내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영어를 시험이 아닌, 의사소통의 수단인 언어로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머리가 뛰어난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시험을 잘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엄마표 영어를 했다고 무조건 시험 점수가 높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엄마표 영어의 결과를 시험 점수로 판단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학원에서 보는 레벨 테스트, 중학교에서 보는 내신 점수에 실망하고 엄마표를 중단하는 경우는 많이 안타깝다. 엄마표를 그만두는 것이 안타깝기보다는 그 엄마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에 안타깝다. 엄마표를 하다가 언제든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엄마표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이루고, 이제는 시험을 위한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목표로 학원을 가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엄마가 영어를 못해서 엄마표 영어를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 영어의 목표를 시험 영어나 문법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당연히 엄마가 집에서 봐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목표가 절실한 분들은 당연히 본인의 영어 실력의 부족함으로 엄마표를 중단한다고 말하게 된다. 그렇게 그만두는 분들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 그렇기에 처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다.

하루에 3시간씩 아이와 엄마표 영어를 하는 분명한 목표를 정하라고 말이다.




그레이스와 조이는 자막 없이 만화나 영화를 본다. 가끔은 과연 아이들이 저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자막 없이는 실사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영화를 보는 것만큼 고역도 없을 테니 몰입해서 깔깔대며 보는 아이들을 보면 분명히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는 제발 그만 보라고 말릴 정도를 자막 없이 만화와 영화를 즐긴다. 둘째는 혼자 인형들과 역할놀이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영어만 쓴다. 본인이 보는 만화들을 영어로만 들었기에, 인형들과 역할극을 할 때도 자연스레 영어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막연하게 듣기 실력이 향상돼었다고 확신하기에 불안하다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영어 듣기 평가를 풀게 해 보면 된다. 5학년인 그레이스는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 수준의 듣기 평가는 너무 쉽다며 다 맞고, 수능 듣기 평가도 까다로운 몇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 맞는다.


듣기 다음의 목표는 아이들이 즐겁게 원서를 읽는 것이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레이스는 아직은 자유시간에 영어 원서보다는 모국어 책에 손이 먼저 간다. 그레이스보다 더 먼저 엄마표를 시작한 다른 친구는 이제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 원서와 한국어 책의 구분이 없어졌다고 한다. 영어로 책을 읽기도 한글을 읽는 것만큼 편안해지는 것. 이 목표를 향해 지금은 엄마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서는 영어 시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영어 집중 듣기와 음독(소리 내어 읽기)으로 읽기 능력을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그에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되는 것이다.


엄마가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엄마표를 못하겠다고 하거나 그만두는 분들이 있다면, 자신이 불안해하는 근원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파헤쳐봐야 한다. 아이의 학년이 높아서 시험 영어를 준비할 때라 그것을 자신이 봐줄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거라면 엄마표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엄마표로 의사소통이 되는 수단으로 영어를 하게 하고 싶은 목표가 분명하다면, 그것은 그저 실체 없는 불안이 몰고 온 핑계일 뿐이다. 보고 듣는 것, 그리고 읽는 것의 인풋을 채워주고 있다면 엄마표의 목표에 맞는 방법으로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진 후에는 그다음 목표에 맞는 방법을 다시 고민해보면 될 것이다.





<다음 글은 엄마표를 진행하는 엄마도 원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 유용한 방법에 대해 써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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