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가 자기 계발이 되는 과정

by 세리

독서를 좋아하지만, 편독을 하는 편이다. 한때는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려고 애쓴 적이 있지만 어느 순간 어차피 평생 책을 읽는다 한들 세상의 모든 영역의 독서를 할 수는 없다는 깨달음이 왔다. 관심이 있고, 알고 싶다는 순전한 마음으로 새로운 영역을 도전하는 독서는 옳지만, 의무감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독서는 오히려 독서의 순수한 즐거움을 해칠 뿐이며 독서 후에 스스로 남는 것도 별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학, 정치, 종교, 심리학 등의 사회 과학 분야의 비문학을 좋아하고, 문학은 소설만 읽게 된다. 과학 분야의 책도 읽어보려고 시도하지만, 이 역시 관심이 크게 생기지 않는 분야다. 그중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것이 바로 ‘자기 계발서’이다. 자기 계발서의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부터 어렵지만, 일단 성공을 위한 방법을 직접적으로 조언해주는 책들은 거부감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자기 계발서가 주는 유익이 분명히 있다. 읽으면서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돼보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거리며 저자가 소개해주는 방법대로 실천하면 나 또한 꽤 근사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솟기도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따라 실행해보려는 의지를 다지며 실제로 노력해보는 실행력도 만든다는 면에서 꽤 장점이 많은 책이다. 무엇보다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당장 내 삶을 바꾸고 싶은 열망이 큰 이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보통의 자기 계발서가 추천하는 ‘루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의 루틴을 만들어 정한 대로 일정하고 단순하게 살고자 애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육아와 살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틈새로 운동,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영어 공부가 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꽤 꾸준히 이어온 루틴이다. 내가 이 루틴을 어떻게 만들었나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함께한 ‘엄마표 영어’의 덕이 크다.




아이들이 하루 3시간 영어에 노출하는 동안 나도 아이들 곁에 머무르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영어책을 읽고, 흘려듣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 옆에 딱 붙어서 함께 잘하고 있는지 지켜봤지만, 아이들이 영어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하면서부터는 굳이 아이들 옆에서 하는 것을 일일이 지켜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문을 닫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안 된다. 아이들 지근거리에서 머물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됐다. 그것이 바로 독서와 영어 공부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엄마표 영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이 영어책을 읽는 동안 나도 내가 읽고 싶은 영어 원서를 찾아 읽었다. 아이가 읽는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지만 굳이 재미없는 아이들 영어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영어 수준에 따라 원서를 선택하면 된다. 어차피 아이가 꾸준히 영어 원서를 읽는다면 결국 내가 읽는 원서를 언젠가 아이가 읽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중학 수준의 영어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매직트리 하우스(magic tree house) 추천한다. 매직 트리 하우스가 너무 쉽다면 윔피 키즈(diary of a wimpy kids) 시리즈로 넘어가도 좋다. 윔피 키즈 시리즈도 쉽다고 생각하면 로얄드 달 시리즈를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로얄드 달(Roald Dahl) 책은 어른들이 읽어도 결코 유치하지 않은 스토리다. 그리고 로얄드 달과 비슷한 수준의 책으로 앤드류 클레멘츠(Andrew Clements) 시리즈도 추천하고 싶다. 앤드류 클레멘츠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 중에 프린들(frindle)은 처음 읽었을 때 전율이 일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그 이후로는 뉴베리 작품상을 받은 소설들을 취향에 따라 하나씩 선택하면 좋다. 처음부터 성인 소설 수준의 원서를 바로 읽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진짜 영어 공부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어려운 원서보다 쉬운 원서가 훨씬 도움이 된다.



magic tree house, wimpy kid, Matilda, Frindle


뉴베리 수상작들, 최근에 읽은 pachinko(파친코)



매직 트리 하우스 정도를 읽으면서 아주 간단하게 정리된 영문법 책을 오랜만에 들춰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 공부하는 영문법은 의외로 재미있다. 요즘 영문법 책은 우리 때의 성문법과 맨투맨과는 다르게 얼마나 예쁘게 정리되어 있는지, 일단 감동할 것이다. 그리고 쉽게 정리된 영문법을 한 번 쑥 읽고 원서를 읽으면 그 전보다 문장 해석이 조금 더 매끄러워진다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쉬운 스토리에서 문장 해석력을 기르고 난 뒤, 다음 레벨의 원서로 천천히 진입하는 것. 그것이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는 엄마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어 공부법이다. 그리고 훗날 아이의 영문법 공부법에 고민이 될 때 자신이 했던 영문법 공부를 떠올리면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많으니 꼭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과적으로 아이를 위해 엄마가 먼저 원서를 보는 꼴이 되는 것 같지만,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엄마의 성장과 자기 계발을 도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누군가 외부에서 볼 때는 아이 영어 때문에 엄마가 영어 공부까지 해야 하는 것이 엄마표 영어냐고,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마표 영어로 도리어 엄마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하면 더 힘이 난다는 비밀은 모를 것이다.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먼저 성장하고 즐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엄마표 영어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실제로 영어 원서를 읽을 때의 유익을 내 아이만 누리는 것은 억울하지 않은가. 엄마들이 먼저 경험해보기를!! 영어 원서를 읽으며 공부하고 즐거워하는 엄마를 보는 우리 아이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엄마는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그렇게 영어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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