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도 코칭이 필요하다.

러닝과 영어

by 세리

올 2월부터 친구가 소개해준 태보의 매력에 차츰 빠져들고 있을 즈음 아이들 여름방학이 시작됐고, 과감히 8월은 등록하지 않았다. 긴 휴가를 보내며 아이들과 신나는 방학을 보내고자 했지만 역시나 운동이 빠지니 허전했다. 대안으로 한참 동안 뒷전으로 밀어놓았던 러닝을 다시 해보지 싶었다.


여름밤의 열기가 후끈했던 어느 날, 호기롭게 집 앞 천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견딜 수 없게 숨이 찼고 결국 헉헉대며 달리기를 멈추고 느린 걸음으로 숨 고르기를 했다. 겨우 5분도 달리지 못한 채 말이다. 그래도 그동안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해왔던 내가 이 정도 지구력밖에 없다는 것에 자존심까지 상할 지경이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오래달리기를 시도했지만 역시나 5분을 넘기지 못했다.


러닝이 아닌 빠르게 걷기로 만족해야 하나 싶을 때, 인스타에서 소통하는 인친님도 마침 러닝을 시작했다고 하면서 올린 인증샷을 발견했다. 인친님이 올린 피드를 보니 혼자서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닌, 러닝앱을 이용해서 플랜을 따라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어떤 앱인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초보 러너들을 위해 8주 동안 매주 3일 기준으로 30분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플랜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1주 차에는 천천히 달리기를 1분하고 천천히 걷기를 2 분하는 것을 5번 반복한다. 운동 전후로 5분 달리기를 포함해 30분을 채우는 식이다. 2주 차에는 달리기 시간이 1분 30초로 늘어난다. 3주 차에는 달리기가 2분, 4주 차에는 2분 30초, 5주 차에는 3분으로 차츰차츰 늘려가다 8주 차 마지막 도전에는 쉬지 않고 30분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다. 혼자서 달리기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앱을 켜고 1주 차에 1분씩 인터벌로 달리기를 한다는 것에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아니, 그래도 운동 경력이 몇 년인데, 겨우 1분씩 달리기를 하란 말이야!?”라는 자의식을 잔뜩 치켜세우면서 말이다. 그러나 5분을 연속해서 달리는 것도 온 에너지가 필요했음을 사무치게 겪고 난 후였기에 난 겸손하게 앱에서 안내하는 순서대로 고분고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8월에 시작한 달리기가 어느덧 5주 차에 접어들었다. 자외선을 피하고자 밤에 달리는 것을 택했는데 몇 주 사이에 저녁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 앱을 켜놓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채 달린다. 앱에서 근사한 목소리를 지닌 코치는 내가 운동하는 내내 함께해준다. 매 시간마다 러닝에 필요한 상식을 알려준다. 러닝화를 고르는 방법, 올바른 러닝 자세, 러닝을 할 때 입을 수 있는 적절한 운동복,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 부상을 당하지 않는 방법 등등. 매번 다른 내용으로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무엇보다 달리는 중에 응원을 멈추지 않는다. “이제 1분 지났습니다! 대단합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이제 30초만 달리면 곧 쉴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이렇게 계속 포기하지 않도록 옆에서 격려해준다. 마치 내 옆에서 함께 뛰는 것처럼 말이다. 막판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나중에 후회합니다. 당신은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해주면 다시금 힘이 솟아나곤 한다.



8월 한달 동안 기록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시작하지만,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코칭이 필요하다.


엄마표 영어를 시작할 때도 러닝을 도전할 때의 마음과 비슷했다. 난 영어 전공자고 테솔도 공부했으며 어학원에서 강사 경력도 있는데 까짓것 엄마표 영어는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장담했다. 영어를 시작할 때 임계치까지의 영어 인풋(input)이 차지 않으면 시험 영어 이상의 언어로서 영어는 어렵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감했기에 우리 아이들만큼은 엄마표로 영어 원서 읽기에 집중하게 하리라 다짐했다. 엄마표에 관련된 책을 잔뜩 사서 읽고, 나름의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다량의 원서를 구입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호기롭게 시작했던 엄마표 영어는 단순히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다른 차원의 것임을 곧 깨달았다. 엄마표 영어는 아이들과 엄마의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은 홀로 이루기에는 지루하게 긴 시간이 필요했기에 엄마의 인내와 용기가 뒤따르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는 내가 혼자 잘할 수 있다는 자존심과 영어 강사로서 알게 모르게 붙잡고 있던 자의식을 내려놓아야 함을 알았다. 다행히 그때도 러닝 앱을 찾았던 것처럼 엄마표 코칭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선배맘을 찾아가 물어봤고, 적당한 수업료를 지불하고 전문적인 코칭을 받기도 했다. 러닝앱도 초보들에게는 무료로 플랜을 제공하지만, 그 이상의 수준으로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적정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배우는 것이 아깝다고 여기지만, 돈을 지불하는 순간 배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며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의지의 걸쇠가 채워진다.


이제 두 아이와 엄마표 영어를 진행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혼자서 했다면 절대로 이만큼 올 수 없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고,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순간에 코칭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잘해왔음을 확인받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얻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와 똑같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내가 코칭을 해주기도 한다. 직접 내 아이와 원서 읽기를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을 진솔하게 말해주고, 영어강사로서 엄마표를 어려워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곤 한다. 코칭의 힘은 함께 한다는 것에서 나온다.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나와 함께 뛰어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을 먼저 걸은 선배가 있다는 것, 나와 같은 고민을 함께해주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


함께할 때 오래도록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새겨본다. 달리기와 영어, 참으로 닮은꼴인 둘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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