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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Dec 26. 2018

산부인과에 온 아버지들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가 다른 점 

산부인과에 갔다 나오는 길. 내 앞에 어떤 60대 아저씨와 아줌마가 서둘러 들어온다. 분만실을 코앞에 두고 당황해서 못찾는다. 낮은 신음처럼 어디야 어디야 한다. 나는 그 아저씨가 친정아버지라는 걸 확신한다. 그 아저씨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화가 난 것 같았으니까.... 

내가 아이를 낳을때 우리 아버지가 제일먼저 왔다. 칭얼거리고 싶던 차에 아빠를 보고 아프다 죽겠다 무섭다를 속사포처럼 풀어냈다. 아빠는 허어 참... 그러면 내 손 한번 잡지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그 후 가족들이 우르르 들어왔고... 첫 아이를 낳은 그 기쁨의 순간에도 우리 아빠는 웃지 않았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이고 이쁘다 하며 아이를 보고 마냥 좋아했지만 우리 아빠는 화난거 같았다. 엄마가 가서 당신 화났어? 하니 내새끼는 아파 죽겠다는데 웃게 생겼냐고 내새끼가 새끼 낳는다고 죽을 고생을 했는데....그래도 애보니 이쁘지 않냐니까 이쁘지 너무 이뻐서 애닳고 그럴수록 내새끼가 더 불쌍하고 아 몰라! 그러면서 화를 냈다...

나는 병원 앞에서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보고싶어서. 너무 보고싶어서. 있는 힘껏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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