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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Dec 26. 2018

아이의 오늘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의 작은 등에 기댄다... 


세 뼘 되는 작은 몸이 혼자 덩그러니 자다 설 잠을 깨서 아빠는? 엄마 어딨어?라고 묻는다. 


여깄어 하면 사람 온기 그리워 가까이 와 부빈다. 그 작은 등에 심란한 마음을 기댄다. 


후회가 많이 남는 지난날이었지만 너의 머릿결을 쓰다듬을 땐 모두 괜찮다. 


널 만나려 지나왔다면 모두 의미 있고 소중한 날이었네. 


설 잠을 깬 너의 볼에 내 볼을 부비면 내 볼품없는 하루도 반짝 빛이 난다.


 너와 함께 일어나는 아침,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 


아이를 먼저 낳은 선배들은 아이가 3세~4세 때 평생 할 효도를 다한다고 하지. 


너무나 예뻐서 충만해서... 이 황홀하도록 사랑스러운 순간을 기억해둬야 한다. 기록해야 한다. 




너에게 풍기는 고소한 우유 냄새. 토라진 뒷모습, 


초콜릿을 주지 않는다고 원망어린 눈빛으로 보는 얼굴. 솜털 같은 너의 머릿켤, 자그마하고 매끄러운 볼. 


해맑게 웃는 얼굴 미소, 세상을 향한 호기심. 이거 뭐냐고 묻는 귀여운 목소리. 


꽃보다 예쁘고 비싼 비단보다 부드럽다. 





 내가 공모에 떨어질 때 마다 속상하다고 울자 우리 아부지가 얘기했지. 


네가 공모에 당선되라고 널 낳은 게 아냐. 네가 성공하라고 널 낳은 게 아냐. 


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이뻐. 


네가 편하게 살지 못하고 안간힘을 써가며 사는 게 마음 아프네. 잘나게 나아주지 못해 미안해. 


부모는 늘 죄인이라 가끔은 서글프지만, 


이만한 행복의 대가로 서글픔을 얻는 게 숙명이라면 달게 받을 수 있다. 




언젠가 온유가 까닭 모를 짜증과 심술을 부리며 현관을 부서져라 닫고 나갈 때, 


그 뾰족한 청소년기에도 우리 부부는 쟤 왜 저래? 하면서 


함께 이 숙명을 헤쳐나가길. 예뻤을 지금을 떠 올리며 


서로에게 참아야 하느니라 다독이기를. 당연히 다가올 그때 건강하게 내 곁에 있기를, 


그러니 맥주와 고기는 그만. 건강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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