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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Dec 26. 2018

엄마의 담대함. 아이에겐 호수 같은 평안

삶의 위기에서 웃는 엄마... 그 애처로운 속내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에 나치에게 학살당하던 그 험난한 시절. 

아빠가 아이에겐 이건 전쟁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스꽝스럽게 장난을 친다. 

나치가 총을 겨눌 때도 웃기게 걸어간다. 아이는 큰 일이 아니구나 안심한다. 


내가 이혼 서류를 접수하고 들어왔을 때 엄마는 내 등을 탁 치며 말했다. 

아휴 그게 대수니 괜찮아. 너 젊고 인생 길어 

하면서 서둘러 밥상을 차렸다. 내 새끼 얼굴이 피골이 상접했다며 

수다를 늘어놓으면 자식 입에 들어갈 음식 차리기에 바빴다. 


40년 함께 산 지아비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딱 1년, 정신 놓은 사람처럼 

죽겠다 하다가 자신의 새끼가 공황장애라고 우울증이라고 큰 병원에 입원하자 

버선발로 달려왔다. 그리곤 됐어 간 사람은 간 거야. 1년을 울고불고 해도 

안 돌아오는 걸 너도 그만 놓아줘. 나보다 더 할까. 내가 괜찮으니 너도 괜찮은 거야. 

그리곤 일하고 받았다는 음식을 내 입에 꾸역 꾸역 넣어줬다. 

먹어. 너도 새끼 있으니 알거 아냐 엄마가 울면 자식은 병든다. 


3년의 세월이 흐르고 내 아이가 병원에서 발달장애라고 했다. 

나는 징징 울면서 내 불안을 다 풀어놨다. 

엄마는 또 나를 보며 말했다. 그게 뭐? 요즘 의료기술도 좋구만 됐어. 

사지멀쩡하고 건강하면 그만이지 괜찮아! 

그러면서 손자 좋아하는 배를 깍아대고 서둘러 햇쌀로 밥을 지었다. 


힘들때 엄마에게 달려가 징징댄다. 내 불안과 걱정 보따리를 풀어내면 

그걸 엄마가 받는다. 그걸 바리바리 싸서 자신의 몫으로 가져간다. 

그럼 나는 홀가분해진다. 걱정은 엄마가 대신한다. 


아이가 성장통인지 다리가 아프다고 밤새 뒤척이다 이내 울어버린다. 

잠결에 귀찮아하다 결국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이 다리를 주무른다. 

아이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곤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아이의 걱정은 이제 내 몫이 됐다. 

피곤하지만 아이가 달콤하게 자는 걸 보니 배부르다. 

아이 머릿결을 쓰다듬다 잠이 든다. 


잠결에 익숙한 손길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걸 느낀다. 손자 우는 소리에 깬 할머니, 우리 엄마가 

이번에 자신의 새끼를 챙긴다. 돈 버랴 살림하랴 애 챙기랴 얼마나 고생하누 

큰 일에 참 담대하던 엄마도 새털같은 자식의 아픔엔 모두 반응한다. 

내 작은 신음에도 모두 응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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