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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Dec 26. 2018

아이가 느려서 알게 되는 일들

32개월까지 엄마 아빠만 하는 아들 키우기 


첫째. 말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그냥 주어지는 조건이 아니었구나. 

둘째. 자만해서 남 자식 흉보면 안되겠구나. 

셋째 섣부른 충고와 배려도 다른 사람에겐 상처구나. 

넷째. 사람사이의 관계와 사회소통이 이렇게 힘들구나. 

다섯째. 치료받으려면 역시 돈 벌어야겠구나. 

여섯째. 아이는 절대 내 기대대로 크는 게 아니구나. 부모는 모든걸 받아들이고 현재 아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겠구나. 

일곱째. 아이 크면서 있을 위험에 대비해야겠구나. 하지만 너무 걱정한다고 될 일도 아니구나. 여덟째. 아이 크는 게... 이렇게 예쁘구나. 4살 되서 처음 불던 촛불. 축축해라고 따라하는 아이의 입. 아이가 좋아하는 뻐슈! (버스) 
아이가 그리는 아빠똥. 모든 게 신기하고 놀랍고 경의롭구나. 

아홉쨰 아이가 갑자기 떼쓰고 바닥에 드러눕는것만 봐도 속터져 죽을 수도 있겠구나. 열하나. 남편의 위로와 도움이 절실하구나. 아빠가 달라져야 아이가 달라지는 구나.


열째 포기하면 편하다. 내 아이가 정상 발달아이처럼 될 거라는 기대를 포기하면 편하다. 

열하나 사소한 일에 행복해진다. 36개월에 처음 변기에 쉬했을때 나는 아이 안고 뛸듯 기뻐하고. 37개월에 코끼리 피리 불었을때 남편은 덩실덩실 춤을 췄다. 
열둘 빨랐다면 다른 일로 스트레스 받았을 듯. 티비에서 똘똘한 5살 아이 키우는 부모가 뒤지게 싸우는 게 나온다. 저렇게 아이가 예쁘게 혼자 잘놀고 말하고 책보면 세상 좋겠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를 미워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너네 부모가 결혼할때 나 싫어했잖아 이런걸로... 
열둘.  성불하고 천국갈 것 같다. 잘 참아서 참외가 될 것 같다 
열셋. 감성이 풍부해지고 눈물이 많아진다. 

만약 아이가 똘똘하고 빨랐다면 그게 당연한지 알고 1등해라. 더 잘해라 다그쳤을지도 모를 일. 다만 아이 손을 잡고 산책하는 것. 누워서 이불 덥고 자는 것. 엄마 아빠라고 하는 평범한 일들이 이리 소중하고. 아이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말아야 겠다. 아이가 살아있는 것 자체로 기뻐해야 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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