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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Dec 26. 2018

아프단 너의 말이 고마워

네가 말을 해서 가장 좋을 때가 언제인지 아니?

아이가 킥보드에 복숭아뼈가 스쳤다. 아파! 피나 피. 하면서 감싸쥐고 털썩 주저 앉는다. 어머 봐봐. 살펴보니 피는 커녕 까지지도 않았다. 피 안나 괜찮아. 했지만 아이는 절뚝이기 까지 한다. 야 그 정도는 아니다.하며 핀잔을 주는 나에게 진지하게 아파. 외마디 절규를 내뱉는다. 누굴 닮아서 저리 엄살이 심할꼬  

우리 아부지가 자식들에게 물었다. 너네가 말문이 트이고 가장 기뻤을 때가 언제인지 아니?  아빠 사랑해. 최고 이랬을때? 아니 아빠 나 배아파. 머리아파. 딱딱 어디 아픈지 말해줘서 너무 다행인거야. 말 못하는 돌쟁이 자식이 시름시름 앓다 품안에서 눈감는 걸 봤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 아픔을 알기라도 하듯 오빠와 나는 북적대고 종알대고 아프다고 징징대며 살아줬다. 아부지는 비글같은 남매 둘을 키우며 많이 웃었던 것 같다.  

아프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내가 널 지키게 해줘서 고마워. 소리없이 어느날 갑자기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연기처럼 그렇게 사라지진 마. 나에게 치대고 징징대고 짜증내면서 살자. 그게 엄마니까. 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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