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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Dec 26. 2018

4세 아이와 단 둘이 제주도

리얼 생 야생 우격다짐 여행기

천성이 게을러 지금 안쓰면 평생 안 쓸까봐 공유합니다. 참고로 아이는 4세. 언어수준은 28개월 이지요.
제주도 2박 3일 일정입니다.

첫날. 비행기를 탄다고 하니 순순히 따라옴. 공항에 도착하니 무지 설레고 좋음. 활주로에 있는 비행기 중 아빠 비행기를 타고 싶다며 대한항공을 가리킴. 우리는 저가 항공이라 버스타고 활주로 중간에서 타야 함 그때 1차 고비. 우리는 왜 대한항공을 안타냐고 물어봄 저건 비싸라고 하기엔 쪼잔해서 작은게 더 귀엽다는 궁색한 답변을 하고 아이는 자지러짐. 비행기로 들어가는 30분이 유격훈련. 아이는 힘들다고 등에 업혀있음. 비행기에 타자 진정되는 듯 보이더니 좁다고 난리. 핸드폰 공기계에 동영상 넣어간 게 효자. 창문 밖을 보다 폭풍질문 쏟고는 잠이 듬. 급 졸림

도착. 아직 숙소를 안 정한 대책없는 엄마...핸드폰으로 검색하려니 뺏어가서 안 줌. 대략난감. 고민하다 제주공항뒤지는데 4층에 놀이방 발견. 신은 있었다. 아이 놀 동안 검색해서 동문시장 근처 숙소잡음. 저녁먹으러 동문시장 갔더니 통미니수박주스를 사달라고 함. 신기해서 사줬더니 두 모금 먹고 안 먹음. 딱새우회를 샀는데 맛있음. 그 와중에 다리아프다고 업어달라고 함. 매미인 줄...양손에 짐들고 애 엎으니 내가 왜 여기에 왔나 후회됨

둘째날ㅡ 어린이집 갈때는 안 일어나던게 9시에 칼 기상. 씻고 다른 숙소로 떠나기 전 차를 빌림. 엄마차는 왜 안갖고 왔냐고 나에게 칠칠 맞다는 식으로 얘기함. 가장 가까운 이호우해변인가? 하는 곳에 감. 아이는 바다 보고 엄청 좋아했음. 제일 좋아한 건 검은 비닐봉지가 떼굴떼굴 굴러가는 걸 잡아오고 잡아오고 하는 거였음. 한창 노는데 어떤 형아가 먼저 달려가 잡아다 줘서 흥이 깨짐 ㅋ 그때! 급 배고픔. 바다 가기전엔 배가 든든해야 함. 아이에게 연신부탁해서 해변근처 밥집에 감 해물뚝배기 시켰는데 불친절함. 기분에 취해 해물파전이랑 땅콩막걸리 먹고 근처에서 늘어지게 자고 가려고 했는데 불친절해서 내 돈을 안 쓰게 해줌. 먹고 근사한 커피숍에 들어감. 아이는 초코케익 몇점 먹고는 가자함 5분만에 초고속으로 일어나 주인이 좋아했음. 차타고 표선면으로 향해가는 중. 아이는 낮잠. 부럽다. 운전하다 급 끙아 신호가 옴 길가 아무데나 들어가서 일 해결했는데 미니골프 치는데임. 아이가 치고 싶다고 울고불고. 2차고비. 드러눕는데 차를 다시 대고 오겠다며 차에 유인 후 그대로 달림. 숙소에서 쉬고 싶ㅇ니서 꼼수를 부린건데 숙소오자마자 아이가 탁자 모서리에 귀를 찧어서 연골에 큰 타격을 입음. 귀가 산만하게 붓고 울ㅇ니서 들쳐업고 병원에 감. 그러느라 날씨좋았던 오후 시간 그대로 날림 미니 골프나 칠걸. 역시 그때 그때 놀아야 함. 밤이 어두워져 숙소 잔디밭을 뛰어가다 호수에 빠짐. 다행히 물은 애 발목 수준. 나오라 하니 울고불고 하여 박세리처럼 들어가 건져줌. 옷 다 젖었는데 자기 무서웠다고 업어달라고 함. 업어주고 맨발로 숙소 들어오니 주인이 불쌍하게 쳐다봄. 왜? 뭐? 창피했지만 뻔뻔해짐. 애가 소리를 지르자 여긴 노키즈존이라고 어른인척 하라고 일러둠.
그리고 밤...안 잠...결국 업어서 재움. 침대에서 떨어질까봐 오션뷰 포기하고 온돌빌렸는데 쇼파에서 잠...바닥에 눕혔더니 4시에 깨서 화내며 다시 쇼파 가서 잠...남편은 가을 제주도는 보약이라며 부럽다고 다음달엔 자기 혼자 여행가겠다고 선언함. 잉? 뭐지? 이 손해보는 기분은. 오늘의 교훈 일정은 없다. 그때그때 놀고 싶다할때 놀자

저녁 먹으러 가는길에 있는 아쿠아리움. 깜놀 횟집 수족관 보여주곤 봤지? 물고기 봤지? 고등어도 봤지? 여기가 제주 아쿠아리움이야. 돈 굳음. 바닷가에서 뭔가 채취 중인 아들. 바다가 더럽다나...


다음날 아침 오랜만에 리조트에서 조식. 고급진 조식을 기대하느라 4시부터 잠이 깸.  

잔뜩 기대하고 9시에 아이를 깨워 식당으로 내려감.  

보말죽 한그릇 먹을때부터 키즈카페 가자 스포츠카 사달라 조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짜증내고 의자를 발로차고 보던 핸드폰을 던지려고 함.

챙피하고 화가나 화장실로 끌고 가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아이의 요구는 단호함. 키즈카페와 스포츠카 장난감을 사달라.

엄청 혼내고 혼자 가라고 해도 울고 불고 징징대고 매달리는 통에 뚜껑이 확 열려 버림

조식 시간 끝나가서 아이 업고 와서 서서 몇 점 더 먹음

그래도 징징대서 지하에 있는 키즈카페 가보니 문 닫았음. 거 보라고 하고 다니 올라와서 몇 점 먹음

이번엔 스포츠카를 사달라고 함. 왜? 뜬금없이? 장난감은 생일이랑 크리스마스 때 사주는 거랬더니

크리스 마스 뭐야! 생일 뭐야! 싫어! 지금! 이라고 소리침. 그 난리 부르스에도 조식 몇 점 더 먹음.

그때부터 여행은 어긋나기 시작함. 우아한 제주도 여행이 아닌, 꼬질이 2명이 되어버림


먹을 게 많은 조식 두고 숙소로 올라옴. 나는 침대에 누워 흐느낌. 조식을 못 먹어서 화가남

애가 일어나서 놀자는데 나는 배고파서 못 놀겠다고 함. 배고파서 눈물난다고 펑펑 울어버림

온유는 배 안고파. 라고 시크하게 말함. 자동차를 안사주겠다는 거에 실망하고 혼자 차놀이를 하고 있음

갑자기 징징대면서 이번엔 집에서 갖고 온 자동차 장난감의 바퀴가 안 돌아간다고 고쳐달라고 함

지가 던져서 망가진 걸 왜 나한테 고치래! 못 고치겠다고 하니 왜그래? 못 고치는 거 뭐야!  

요즘 자기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으면 그거 뭐야? 왜 그래? 라고 말함. 얄미움


나는 배고파서 못 놀겠다고 땡깡 놓는 걸로 복수를 대신함. 밖에는 비가 몰아침. 리조트 안에 있는 수영장에 감.

애가 엄청 좋아하며 신나게 놈. 1시간 30분을 쉬지 않고 놀다가 배고프다고 나가자고 함

리조트에서 배 고프다고 뭐 먹자고 하는데 떡볶이가 2만 5천원임.

밖에서 사주겠다고 하고 씻기는데 너무 배고프다는 말을 남긴채 나체로 사워실 바닥에서 잠듬.

겨우 옷을 입히고 등에 업고 양손에 짐을 들고 차를 향해 가는데

다신 이런 짓을 하면 가만히 안두겠다고 나 스스로에게 복수를 다짐함


비행기가 다음날 새벽이라 숙소를 또 잡아야 함. 이번엔 함덕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함

그때가 낮 2시인데 애는 차에서 새끈쌔끈 잘 잠. 부러움... 차가 없었으면 아이 낮잠은 어디서 재웠을까

면허를 딴 내가 뿌듯함. 스스로 칭찬하며 1시간을 달려 숙소에 도착함

리조트에서는 가만히 있더니 여관급으로 들어가니

왜 여기 왔냐고 집에 가고 싶다고 싫다고 함. 쳇

생각해보니 이날 수영장에서 나온 2시부터 애는 두 발로 걸을 걱이 없음.....

내내 등에 업혀 있었음. 덕분에 내 어깨가 파열 된 것 같음

4시에 체크인 하고 근처 칼국수 집에서 겨우 늦은 점심을 먹음

나는 옷도 꼬질하고 비는 오고 애는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고

주인 할머니가 1인 분은 안판다고 하는 걸. 얘를 또 업고 나가야 하나 생각하니 아찔함.

2인분이라도 먹어야 하나 고민하니 새댁이 고생한다며 측은하게 나를 바라봄.

나는 그 틈을 타서 엄청 힘든 척을 하면서 1인분만 시켜서 죄송하다고 함.

할머니는 2인분 같은 1인분을 주시며 기운내라고 함.


애도 배가 고팠는지 거의 1인분을 흡입함. 저녁에 함덕 해수욕장에 감

비가 몰아치고 바람이 심하게 붐. 파도가 심상치 않은데 아이가 그 사이를 뛰어감.

바다를 보면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나봄. 거의 본능적으로 뛰어들어감. 더이상 옷도 없는데...

젖은 채로 뛰어들어가 놈. 내복도 안 입었는데.... 나는 이제 죽었구나 생각함.


해가 지고 사람들이 다 갈때 까지 뛰어다님. 겨우 방에 와서 애 씻김.

저녁도 안 먹겠다 하면서 요구가 많아짐 초코케익을 사달라. 시리얼을 사달라 우유가 없다.

편의점을 4번 갔다옴. 밤 12시가 되서야 겨우 잠듬

내일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다음날 눈을 뜨니 7시 20분!!!!!!!!!!

8시 45분 비행기인데... 나는 초고속 준비하고 애를 들쳐업고 나감.

렌트카 회사에 도착하니 8시 20분. 공항에 전화하니 8시 25분까지 안 오면 비행기를 못 탄다고 함.

아이는 렌트카 회사가 세계 자동차 박물관이라도 되는 양

신기하게 좋아하고 질문이 많아짐. 내가 전화를 하면서 사정하고 있으니

렌트카 아저씨가 공항까지 태워다 줌. 남은 시간 5분....내가 발을 동동 구르니

같이 탄 아저씨가 작전을 알려줌. 우리가 짐을 갖다 줄테니 아줌마는 애만 안고 뛰라고.

그 와중에 싫다고 애가 땡깡 놓으려고 함. 우리는 한팀이지 않냐고 애를 설득함.

공항 도착하니 25분. 초고속으로 뜀. 애가 자기 머리 흔들린다고 천천히 가라고 함.

경보로 나는 듯 도착함. 27분. 티켓을 마감했다고 함. 이스타 항공.....

나는 콧물과 내복만 입은 아이를 바라보며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함.

다행히 비행기 착석. 늦은 탓에 면세점 못 가고 기념품 하나도 못 삼.


김포 도착하니 애 아빠가 마중 나왔음. 애 아빠가 애를 안으니.... 3일 만에 내 몸에서 애가 떨어져 나간 것 같음

또 한 번 애 낳은 기분....

이번 여행으로 깨달은 점

아이와 둘만의 여행은 1박 2일로

렌트카는 꼭 빌리자.

조식은 언감생심

그리고... 남편 선물은 꼭 사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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