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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Dec 26. 2018

내가 죽었다 깨나도 못하는 외식

하늘에서 나를 보는 아버지에게

어젯밤 꿈을 꿨다. 꿈속에서 엄마 아빠랑 삼겹살 가게에서 외식을 했다.

그런데 차려진 상차림이 성의가 없고 직원들은 불친절했다.

심지어 고기를 가져오던 점원은 ‘어? 이게 아니네?’하고 다시 가져갔다.

배고프고 오래 기다렸던 나는, 화가 났다.

손님대접을 이따위로 하냐고 소리를 질렀다.

점원들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뭔가 나를 안쓰럽게 보는 눈치였다.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지?

나도 돈 낸다고! 내가 공짜 밥을 먹냐고!”

한 번 더 소리 지르는 찰나 잠에서 깼다.

묵직한 돌덩어리가 가슴에 쿵하고 떨어졌다.

나는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평범하고 당연한 가족 외식, 어쩌면 오늘 저녁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그저 그런 일.

하지만 나는 죽었다 깨나도 다시 못 할 일.

2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하루도 그리워하지 않은 날이 없는 아버지가 내 앞에 있는데

그럴싸한 상차림이 없다고 화를 내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그 시간에 아버지한테 그렇게 좋아하시던 겉절이 한 입 먹여 드릴 걸...

공짜로 주어진 아버지와의 재회, 공짜로 주어진 내 인생

하지만 난 공짜가 아니라 충분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내 몫을 하느라 고생하며 사는데, 왜 이리 불친절 한 거야?’

인생을 향해 휘두르는 주먹질은 자책으로 돌아왔다.

일상의 감사함을 모르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애틋하게, 희미하게 미소 짓고 계셨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언제 가장 보고 싶냐고... 나는 대답했다.

밥 먹을 때, 배고플 때, 잘 때, 깰 때, 웃을 때, 울 때, 좋은 일 있을 때, 힘든 일 있을 때,

다른 사람의 아버지를 볼 때,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을 때, 사랑 받을 때...

한마디로 1초 1분도 아버지를 그리워하지 않은 날이 없다는 거다.

철없는 막내딸로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지난날,

힘에 부친 작가 일을 하느라고 예민해져 있을 시기에 아버지가 문자를 보냈다.

“똑똑 바쁘신가요?”

⤷“네 대본 마감이에요.”

⤷“아 그럼 조용조용”

다정하고 든든했던 아버지를 잃은 후, 내 반쪽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뭔 죄를 지었기에 이리 큰 벌을 내리냐고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세상은 내가 아무리 울 일을 당했더라고

징징대는 걸 오래 봐주지 않기에. 울지 않은 척 해야 한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야 눈물의 사부곡을 쓴다.

나에게 늘 자랑거리였던 아버지, 내가 인생의 큰 고비에서 황망하게 울고 있을 때

“작가 되려면 이런 일 저런 일 겪어야지 나중에 다 거름 될 거야”

하면서 다잡아 주던 아버지,

아버지가 준 거름으로 나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될까?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일, 나는 좀 더 빨리 겪은 것이라는, 남들도 힘든 일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는 위로가, 잔인하게 들린다.

오늘 밤 꿈에 만약 아버지가 내 꿈에 온다면 나는 뭐라고 칭얼댈까?

부모된 죄로 죽어서도 자식의 칭얼거림을 들어야 한다고 한숨 쉬시지 않을까?

다행히 충만한 사랑을 주고 떠난 아버지가 내 든든한 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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