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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엄빠 Dec 26. 2018

엄마 왜 나를 낳았어?

질문의 대답을 준비해 놨다. 


어제 지인과 점심을 먹었다. 중학생인 딸이 너무너무 말을 안듣고 사춘기라 방황한다고 했다. 자기 부부는 사는데 바빠서 사춘기는 모르고 컸는데 자아를 찾으려 고민하는 딸이 이해가 안된단다. 집에 안들어오고 말만하면 짜증에 반항에 속이 터진다고 했다. 유난한 사춘기를 보낸 나에겐 100%이해되는 상황. 당시에 내 머릿 속을 채운 질문은 난 왜 태어났으며. 우리 부모는 왜 날 낳았을까 하는 거였다. 부모님들은 머리 터져라 싸우고 서로를 원수 취급했고 나에겐 이거하지 마라 저거하지 마라 너 때문에 못 살겠다 했었다. 

아니. 이럴거면 왜 날 낳은 걸까. 이 질문은 때론 부모님을 공격하기도 했고. 내가 싸가지 없다고 공격 받기도 했다. 그래도 이 질문에 답은... 듣지 못했다. 이눔짜식 죽도록 키워놨더니 고작 그런 말이냐 하는 거야? 하지만 정말 궁금했다. 날 낳았을 땐 나를 향한 계획과 의미가 있었을 텐데... 전혀 그런게 없었나? 그냥 사랑해서... 뱃 속에 있는데 그 콩알이 사랑스러웠다고? 에이... 뻘건 핏덩이가 사랑스러웠어 진짜? 물으면 부모님은 멋쩍어서 됐다. 씁. 그만해 라고 얼버무렸다. 

내 아이가 뱃속에 콩알로 나타났을 때. 난 이 질문에 대답부터 준비해야 했다. 애가 나에게 엄마 나 왜 낳았어? 나 왜 태어났어? 사실 처음엔 내 욕심이었어. 애가 너무 이뻤고 내 애가 갖고 싶었어. 그 작은 아이가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사랑해 라고 하는 거 듣고 싶었어. 처음은 내 욕심으로 시작했어. 그런데 너라는 생명이 너무 경이로운거야. 내가 생명을 만들어 내다니. 게다가 날 닮았고 내 피와 살을 나누면서 네 존재 자체가 소중했어. 하루종일 시달리다 밤에 네 심장소리를 들으면 아 난 살아있구나 했지. 음... 그럼 네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냐고? 즐겁게. 하루를 온전히 즐겁게. 법과 도덕. 규칙을 지키는 선에서 네가 스스로 최대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살아보니 재밌는게 너무 많아. 맛있는 음식. 옷. 여행. 세상 신기한 게 많드라고. 이 재밌는 세상을 너랑 지대로 놀라고 널 낳았으니.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대답을 준비해 놓았지만. 사실 아이가 사춘기 때 내 눈을 노려보며 나 왜 낳았어? 이럴거면 왜 나아! 라고 할 때. 제대로 말해줄 수 있을까. 야 공부도 못하면서 대들기까지 해! 윽박부터 지를 것 같다. 하지만. 대답을 준비해 놓으니 곳간에 쌀 채운 것마냥 든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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