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랬다가 가지말랬다가
고마웠다가 미워한댔다가
마음 편히 가랬는데 진짜 가는 거냐
야속하다고 난 어찌하라고 이러냐고
혹시 내가 밟혀 못 갈까봐
난 괜찮다고 의연하다가
차라리 데려가라고 매달려도 본다.
아빠가 매정하게 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문이 없는 네모난 방 안에서
내 맘은 이리쿵 저리쿵 튀면서
부딪히고 깨지고 찢어진다.
숨을 곳이 없다.
까칠한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
쓱쓱 볼을 문질러도
현실이 아닌 거 같다.
아빠의 주검 앞에서
거창한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주저앉아 아이처럼 몸부림치며
앙앙 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버이날 갈 길 잃은
카네이션 하나 들고 찾은 무덤.
한번만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손 톱이 빠지도록 파헤칠텐데...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내가 깨달은 작별의 말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을 이렇게 슬퍼만 했네...
"또 만나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