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바뀌고
나는 아주 어릴 때 뭐든 잘 먹어서 엄마를 속 썩인 적이 없었다.
먹기도 얼마나 잘 먹었는지…
친할머니가 애 살 좀 빼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러나 웬걸. 초등학생 때 즈음에는 평균 체중이었지만 이 나이대 애들이 그렇듯 콩, 가지, 버섯, 양파, 당근, 시금치, 피망, 브로콜리, 호박 다 먹지 않는 심각한 편식쟁이가 되어있었다.
내 입맛은 아빠한테서 물려받은 거라며 매번 각종 핑계를 대고 야채란 야채는 죄다 거부하던 때가 있었다.
아빠도 엄마와 결혼하고 나서 브로콜리를 먹었으니 나도 어른이 되면 먹을 거라고 했었다.
다행히도 이 '초딩 입맛'이 중학생 때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차차 나아지는 듯하더니 지금은 웬만한 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어떻게 했냐고?
간단하다.
스스로 깨우쳤다.
어느 날 이제 알아서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인걸 깨달았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으니 사실 영양소를 제대로 챙길 수 있는 때는 점심과 저녁때인데, 급식에 나오는 야채마저 먹기 싫다는 핑계로 거부해 버리면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게 몇 없다는 사실을. 더군다나 운동도 제대로 안 하면서 고기와 단 것만 먹으면 얼마나 엉망인지를 스스로 알게 되었다.
내 식습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눈이 뜨인 것이다. 좀 싫어도 건강을 생각해서 먹어야 한다.
물론 식감부터 맛까지 다 별로인 것들도 있다. 먹으며 헛구역질을 할 때도 있다.
그러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나 싶지만 내가 아니면 날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먹는다.
이제는 입맛도 어른에 가깝게 바뀌었는지 몸이 먼저 거부한다. 장 건강이 조금 안 좋아진 탓도 있다 ㅎㅎ;
느끼한 건 느글거리는 게 싫어 생각만 해도 입맛이 뚝 떨어진다.
물론 가끔은 당기기도 하지만, 예전의 나와 비교해 보면 큰 발전이다.
이제는 깻잎, 톳, 봄동, 양배추, 양파, 당근, 버섯, 가지, 시금치, 브로콜리, 마늘, 피망, 콩, 애호박 등 웬만한 건 싫어도 먹고 넘길 수 있다. 깻잎장이나 콩잎장은 오히려 좋아한다.
그래도 아직 안 먹는 게 몇 있긴 하다.
팥, 고수, 굴, 번데기, 청국장, 건포도, 무화과 등.
그래도 이 정도는 평생 안 먹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곁에서 좋은 말을 해도 절대 안 듣는 나이가 초등학생 나이다.
아이가 너무 단 걸 많이 먹어 걱정되더라도, 입맛이 바뀌길 조금만 기다려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