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애증한다

평생 뗄 수 없는 관계

by 싹둑

내게 언니의 존재는 미디어에서 나오는 것만큼 유쾌하지 않다.

어릴 때는 물론이고 커서도 평생 싸울 게 눈에 훤히 보인단 말이다.


물론 언니와 나는 다른 자매들보다 조금 더 이상한 편이긴 하다.

둘 다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기에.


우리는 극과 극이라 부딪히는 건 사실 당연하다.


오죽하면 우리끼리도 그걸로 농담한다.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로 만났으면 절대 안 친해졌을 거라고,

그러면서도 어쩌면 우리는 절친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매는 참 웃긴 관계다.

같이 놀러 나가다가도 말 한마디 때문에 서로 감정이 팍 상해서 묵언수행을 하기도 하고,

죽도록 싸우면서 맛있는 걸 먹을 땐 챙겨주기도 하고,

꼴도 보기 싫어서 제발 집에서 나가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시시콜콜한 카톡을 열심히 주고받기도 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나서 친구 같지만,

지나치게 친구 같다는 점이 문제다.

싸울 때도 유치하게 싸우고

화해는 제대로 하지도 않는다.

어물쩡 넘어가고 평소처럼 지내기 마련.


십몇년을 우습게 넘어서는 세월을 함께했으니

서로에 대한 축적 데이터도 어마어마하다.

언니의 심리가 훤히 들여다보인다면 믿겠는가?

언니의 표정과 말투에서 감정이 다 읽힐 때면 내가 생각을 읽는 능력이 생긴 것만 같다.


아슬아슬하게 사이가 좋은 관계이기도 하다.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나와 누구보다 민폐를 많이 끼치는 성격의 언니가 만나면 둘 중 한 명이 꼭 폭발한다.

나는 언니가 예의 바른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는데 언니는 그럴만한 인물이 못 되니 신경이 쓰이고,

언니는 본인의 행동을 사사건건 내가 트집 잡고 지적하니 짜증 나는 거다.


항상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성 없는 언니는 내가 하는 겉치레적인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조금의 꾸밈도 없이 무례한 화법을 구사하는 언니가 경악스럽다.


자매가 있는 집이라면 불가피한 '언니와의 비교'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항상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언니가 부러운 한편 밉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나는 앞으로도 아마 저만큼의 관심은 받지 못할 것이기에.

내가 학교에서 '잘 지내기 때문에' 관심을 덜 받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언니는 문제아적인 짓을 많이 한다.


아무튼 언니가 있으면 여러모로 재밌긴 하다.

어릴 때는 언니가 멋있어 보이는 마음에 친구들에게 은근슬쩍 언니 자랑을 하곤 했다.

커서는 반대로 언니 디스만 잔뜩 하는 것 같다.


크면서 덜 싸우는 것 같아 보이지만 물리적 싸움만 안 한다 뿐이지,

입으로 늘 싸운다.

나는 언니랑 있을 때 말을 신중하게 한다.

서로의 발작 포인트를 건드리면 그 시간부로 그날의 대화는 종료되기 때문이다.


자매라는 관계에 정답은 없지만 차라리 자라면서 언니와 약간의 물리적 거리가 생긴 게 다행이라 볼 정도다.

언니가 학기 중에는 기숙사에서 지내주는 덕분에 집안의 평화가 가능하다.

한 방에서 잘 때는 어린 나이였던 걸 감안해도 내도록 싸웠다.


사실 자매는 없는 것보단 있는 편이 더 낫다 생각하지만

심하게 싸운 날에는 내가 외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니 때문에 소리 죽여 운 적이 몇 번이던가.


가끔씩 사랑스럽고

항상 미운 우리 언니.

정말 애증한다.


앞으로 절연할 일만 안 생기기를 오늘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해본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성인 남자의 고함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