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훈육
한창 태권도를 다닐 때
태권도 관장님이 다른 아이에게 소리치는데 내가 괜히 움찔했던 적이 있다.
아빠의 화난 목소리가 오버랩된 것이다.
오해 마라.
아빠는 평소에 다정한 편이다.
심지어 내 말에 공감도 엄마보다 잘해주신다.
엄마한테도 잘하는 편이고, 잘난 척과 근본적인 사고방식과 같은, 그런 몇몇 점만 빼면 특별히 모난 데는 없다.
그런데 화가 나면 내가 아는 아빠가 아니다.
이 특징은 매우 안 좋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아빠는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서 화를 자주 내니까.
별 거 아닌 일에도 한번 심기가 뒤틀리면 소리를 지르는 것부터 시작해 심할 때면 온갖 쌍욕까지 하는 그다.
요즘에는 좀 덜한가, 싶을 만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건이. 일어나 소리 지르는 그 모습이 기억에서 잊힐 틈이 없다.
나는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가 없다.
혹시라도 내가 하는 무언가가 그를 화나게 할까 봐.
그의 기분을 망쳐서 모든 일정을 취소시켜버릴까 봐.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한다.
심장이 갑갑하나 어쩔 수 없다.
더 어릴 때로 돌아가보자.
무슨 불문의 공식처럼 그 고함과 세트로 묶인 사랑의 매가 있다.
나무로 만들어져 빨간 실 같은 게 끝에 매달려 있는 그 길쭉한 물건은, 내 종아리를 참으로 많이 때렸다.
누구는 자로 맞았다고 하고, 누구는 국자랑 효자손으로도 맞았다고 하는데 나는 딱 정석적인 회초리였다.
(한 번인가 두 번은 남동생을 때리다가 부러져 새 걸로 바꾸기는 했다.)
그래서였을까
야단맞았던 걸 좋은 기억으로 떠올리는 이는 없겠지만서도
나는 성인 남자가 소리 지르는 걸 들을 때면 짜증이 나 견딜 수가 없다
성인 남자가 짜증내는 걸 들으면 내 속에서 화가 끓는다
그리고 사실은 무섭다
아직도 들으면 움찔거린다
왜냐하면 그 소리를 들으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
어린 내가 있고
회초리가 있고
아빠가 있고
내 눈물자국이 남은 베개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소리 지르는 남자가 싫다
그 소리가 싫다
나만 이런 건 아닐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