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하지만 피하고 싶은 일
나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미움받지 않으려 노력을 해서인지, 많이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그걸 알면서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 욕심에 괜시리 노력해 보지만 어쨌거나 나를 싫어할 사람은 나를 싫어하고야 마는 것이다.
나에게 적의를 보이는 사람을 처음 마주했을 땐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내가 미움받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유랄 게 없었으니까.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미워해왔으면서 막상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자 놀랐던 이유는, 아마 내가 먼저 나서서 타인에게 적의를 드러내거나 분란을 일으킨 적이 없어서일 것이다. 혼자 일기장에 쓰며 대충 속으로 삭이고 말았던 것 같다. 내로남불이지만... 그래도 혼자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싫어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있는데도 공개적인 미움을 받는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난 평화주의자라서 시비터는 짓은 애초에 하지 않는단 말이다.
또, 아팠다!
내가 미움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건 천 번 들어도 아플 것이다.
날 처음으로 대놓고 싫어한 사람. 기습 소식에 타격을 좀 받았지만, 애초에 친한 사이가 아니었어서 거기서 타격이 끝났던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의를 보이는 걸 넘어 실제로 당황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나름 친했는데. 만만해 보였는지 날 함부로 대하고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짓을 벌였다.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건지 고민을 하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얘를 놓아주는 것뿐이겠다 싶어 결국 내가 무리를 떠났다. 혼자가 되어 쓸쓸했지만 다시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
언젠가는 나에게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들을 가치가 없을 것 같아 자리를 옮겼다.
환경이 바뀌고 날 싫어했던 이들에 대해 잊을 때 즈음, 날 미워하는 다른 사람을 알게 됐다.
새로 사귄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앞에서는 나와 웃고 떠들었으면서 뒤에서는 날 죽어라 깠던 것이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지만 실망스럽게도 사실이었다. 그 애에게 잘해줬던 내 행동들이 멍청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나빴고, 무시당했다고 느끼자 온몸에 열이 올랐다.
부끄러웠다. 그 애를 믿은 내가.
걔는 까인 줄도 모르고 잘해주는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날에는 생각만 해도 열이 올랐고, 어떤 날에는 주변인을 믿을 수가 없어서 우울했으며 어떤 날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까인 게 억울했다.
이내 체념했다.
원래 10명을 만나면 1명은 무조건 나를 좋아하고 2명은 무조건 나를 싫어하는 법이랬다. 이런 관계에서 내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기에 보내주기로 했다. 왜 그랬는지 변명이라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이것 역시 들을 가치가 없을 것 같았다. 소위 말하는 '손절'을 쳤다.
내가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날 싫어하는 마음이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한들 미움이란 게 그리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더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힘든 것 같다.
날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였다.
아프고 껄끄러워도 모두 이런 짜증나는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거였는데 나는 그걸 몰랐다.
아직도 날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데 서툴지만 계속하다 보면 늘지 않을까.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도 분명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판단력이 나아지겠지.
갈수록 조금씩이지만 내성이 생기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언젠가는 더 능숙해질 나를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