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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슬 스커트 Mar 05. 2021

회사에서 경험한 가장 서러운 이별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일에서는 모두 진심이었다.


저 이번 주까지 나와요.


사옥이 있는 우리 회사에는 사내 식당이 있다.

2017년 신사옥을 건축하고 입주한 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회사 식당에서 근무하시던 여사님이 이번 주까지만 나오신다고 했다.


어떤 트리거가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 내 팀에 있던 계약직 에이스를 나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내지 못했을 때처럼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다.

미안하고 또 안타깝고 무력한 이별이라 그런 것 같다. 



식당 운영업체가 바뀐다. 


식당 운영 업체 공개 입찰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A회사가 운영을 했는데 3월 초부터는 B회사가 운영하게 된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운영업체가 바뀌면 일하시는 분들도 함께 바뀐다는 것을.

운영업체가 결정되면 운영업체의 관리자가 인력수급 업체를 통해서 실제 육체 노동을 할 단기 계약직 인력들을 새롭게 고용한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 운영업체의 계약이 해지되면 자연스럽게 그 업체와 계약을 맺었던 인력들은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저 정규직이라는 보호막에 둘러싸여 가끔은 월급 루팡도 하며 그저 철없이 지내는 동안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어머니, 아버지 뻘 되시는 분들의 고용은 바람 앞의 등불 같다는 걸 왜 몰랐던 걸까.



항상 웃어주시던 분들을 이제 볼 수 없다.


언제나 밝게 웃어주시면서 아침을 챙겨주시고 점심을 준비해주셨던 정들었던 분들을 이제 다시 볼 수 없다.


'그저 식당 아줌마'와 '그저 회사 직원'으로 스쳐 지나는 인연이라 해도 사람 간의 만남이다.


가장 많은 '이별'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회사인 것 같다.

이직, 은퇴, 조직개편.. 등등 회사에서는 정말 무수히도 많은 이별을 한다.

어떤 이별은 따뜻하고, 어떤 이별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어떤 이별은 축하와 박수를 받는다.

회사에서의 그 모든 이별 중에 이번과 같이 초라하고 조용한 서러운 이별이 또 있을까. 


만남보다 헤어짐이 훨씬 중요하다. 

왜냐하면 만남 이후엔 나의 잘못이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늘 주어진다.

그러나 헤어짐 이후엔 내가 원치 않더라도 상대에게는 내 마지막 모습이 평생 박제처럼 정지된 순간으로 머물러버리기 때문이다. 헤어짐 이후엔 더이상 만회할 수 있는 기회란 없다. 


나는 어제 한바탕 눈물을 쏟고 아침에 짧은 편지와 작은 음료수를 준비해서 드렸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일에서는 모두 진심이었다.


오늘을 지나면 그분들은 직장을 잃는다.

나의 아버지도 한 때 대학교에서 주차 관리를 하셨었기 때문에 관리업체가 바뀌면 기존에 일하던 인력들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직장'이라는 것이 내포하는 의미는 참 크다. 

단순히 생계유지에서부터 어떤 사람에게는 자존감,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보람이 되기도 할 것이다.


40살이 넘어가고 이제 인생 1막의 마무리를 향해서 가고 있는 나이가 되니, 

아파트에서 만나 뵙는 경비 아저씨들, 건물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청소하시는 여사님들, 식당에서 배식해주시는 분들.. 모든 분들이 내 미래 같고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빛나는 한 때를 지나 지금은 계약직으로 쓰이고 있으시지만 여전히 일하고 있는 모든 중장년 계약직 분들은 대단하다.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일 앞에서 진심인 것은 정규직, 계약직에 상관없다.


제가 전해드린 쪽지에 따뜻한 포옹으로 화답해주시면서 '제 이름은 "양인자"입니다. '라고 말씀해주신

양인자 선생님! 

언제나 건강하시고 정말 어느 날 또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반겨주시고 예뻐해 주셔서 우울했던 출근 아침도 잘 버틸 수 있었어요.

저희가 소속은 달랐지만 동료라고 늘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지금 저와 함께 일하고 있으신 그 어떤 상사보다도 더 큰 위로와 위안을 주셨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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