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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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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Jan 21. 2018

1. 생애 최고의 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나를 안아주며

두 명의 중년남자가 무대로 나왔습니다.    


“자기소개 좀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같이 나온 동생이 뇌수술을 받고 며칠 전 퇴원했습니다. 수술 후유증으로 아직 말이 좀 어눌하지만, 함께 부르고 싶어서 같이 나왔습니다.”


성탄 축하 노래자랑! 

기타를 직접 치면서 두 형제가 조용하게 부른 노래는 ‘밤배’ 였습니다. 병원에서 환자위로 공연을 가끔 했다는 이유로 저는 심사위원석에 앉아서 점수를 매기고 있었습니다. 동생 분은 거의 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묵직한 남성의 중저음은 언제 들어도 매력적입니다.    

                        

두 번째 참가자는 장기입원 환자의 부인입니다. 

“어떻게 나오셨어요?” 

“우리 남편이 6년째 아픈데, 마음이 그냥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노래를 잘 하시나 봐요?”

“잘 하긴요. 그냥 좋아해요”


잔잔하게 들려주는 그녀의 노래는 맑고 처연하여, 애잔함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신장투석을 하시는 분, 특별히 준비한 우아한 의상을 입고 오신 분, 왼쪽 팔에 깁스를 했지만 오른쪽 팔로 기가 막힌 춤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은 분도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환한 웃음과 즐거움이 넘쳐 도저히 환자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음악의 요체는 '통증'


‘정 주고 떠난 님’이 나오시더니, ‘파도가 슬퍼 말아야 할 무인도’로 가고, 조용필 오빠의 등장으로 흥겨움은 깊어졌습니다. 축하공연으로 60대 하모니카 중창단의 합주, 자원봉사 할머니들의 댄스, 수녀님들과 신부님의 캐롤공연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에서 차오른 행복 에너지가 강당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산울림 밴드의 김창완은 말합니다. 음악의 요체는 ‘통증’이라고...     

노래를 통해 표현된 사연, 삶의 회한과 통증이, 듣는 이의 마음을 유쾌하게, 때로는 촉촉하게 적셔주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위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 무엇으로 위로받을 수 없을 때조차, 우리는 스스로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로도 가득 차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내가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삶의 통증’ 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물리치료 분야에서 통증은 치유의 시작입니다. 아픔을 느낀다면 치유되고 있다고 간주하는 거지요.  거창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모두를 행복하게 했던 작은 축제에서 1등상을 받은 환자분의 소감으로, 첫번째 마음편지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여러분!

오늘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생애 최고의 날이에요

건강이 최고에요     

새해에는 모두 복 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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