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일기] 유통기한의 끝에서 만난 사람

by 편알못가이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시간이 흐른다. 하나는 우리가 벽시계를 보며 확인하는 일반적인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편의점 도시락 비닐 위에 검은색 잉크로 새겨진 유통기한이라는 이름의 시간이다. 전자가 우아하고 관대하게 흘러간다면, 후자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냉정하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23시 59분과 00시 01분 사이, 그 짧은 틈새에서 하나의 사물은 '식품'이라는 지위를 박탈당하고 '폐기'라는 쓸쓸한 명칭을 얻게 된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 그 자격 상실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 안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고, 냉장 쇼케이스의 모터 소리만이 낮은 험(Hum) 노이즈를 내며 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동문이 열리며 공기의 밀도가 미세하게 변했다.


그는 남루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낡은 점퍼의 소매는 해져 있었고, 그의 구두는 꽤 오랫동안 광택을 잃어버린 듯 보였다. 편의점이라는 좁은 생태계에서 그런 행색의 침입자는 대개 '적신호'를 의미한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며 내 안의 방어 기제를 가동했다. 20년의 경험은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남루함이 무례함의 면죄부가 되는 '진상 손님'의 케이스는 생각보다 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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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진열대 앞을 서성거리며 시계와 도시락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정확히 유통기한 임박 스티커가 붙은 도시락에 머물러 있었다.


"저기, 사장님."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그 목소리에서 예상치 못한 결을 느꼈다. 그것은 구걸하는 자의 비굴함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려는 자의 조심스러움이었다. 그는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것을 '반값'에 사갈 수 없느냐고 물었다.


나는 원래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타인에게 건네지 않는다. 호의로 건넨 한 끼가 식중독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결국 "왜 그런 걸 주었느냐"며 내 멱살을 잡는 비정한 현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내뱉은 말의 무게는 달랐다. 그는 공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 정당한 대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시스템상 반값 결제는 불가능합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손은 이미 도시락을 집어 들고 있었다. 00시 01분. 시스템상으로 이 도시락은 이미 쓰레기가 되었다. 하지만 내 앞에 선 이 인간의 존엄까지 쓰레기로 취급할 수는 없었다. 나는 바코드를 찍지 않은 채, 그저 폐기된 도시락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냥 가져가세요. 이제 폐기된 겁니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아주 짧고 정중한 고개를 숙이고 매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 위로 흐르는 공기를 읽었다. 그것은 '이 사람은 다시 오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이었다.


편의점 일을 하다 보면 뼈저리게 느끼는 격언이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안다.' 폐기 도시락 한 번에 매일 같은 시간을 점거하며 당당하게 무료 급식을 요구하는 이들을 나는 수없이 봐왔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폐기를 얻어가는 행위가 결코 자신의 '권리'가 될 수 없음을, 그리고 타인의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자신의 자존심이 너무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부끄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고마웠던 것일까. 그날 이후, 그는 두 번 다시 우리 점포에 나타나지 않았다.

유통기한이라는 숫자가 지배하는 이 차가운 유리 상자 안에서, 나는 가끔 그 남자의 구부정한 뒷모습을 떠올린다. 00시 01분, 세상 모든 폐기물이 버려지는 그 시간에 자신의 자존심만큼은 유통기한 없이 지켜냈던 한 인간의 뒷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