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젠가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썼지만, 완벽하게 성가신 날씨는 분명 존재한다. 이를테면 눈이 내리는 날의 편의점이 그렇다.
창밖의 아이들은 세상을 덮는 순백의 세례에 취해 꺄꺄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지만, 유리문 안쪽의 내게 눈이란 그저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일 뿐이다. 눈은 로맨틱한 풍경을 선사하는 대신, 손님들의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 매장 바닥을 진흙탕으로 만든다. 닦고 돌아서면 다시 얼룩이 지는 무한 반복의 굴레. 게다가 바닥이 미끄럽다며 신경질적으로 투덜대는 손님을 응대하다 보면 마음은 어느새 바짝 마른 북어처럼 딱딱해진다. 실제로 누군가는 편의점에서 미끄러진 일로 점주를 고소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이 유리 상자 안에서 낭만은 사치고, 현실은 법적 공방의 위험이 도사리는 전장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나는 지체 없이 대빗자루를 들고 나간다. 염화칼슘을 뿌리고 보도블록을 벅벅 문지른다. 새벽의 정적을 깨는 빗질 소리는 꽤나 건조하고 날카롭다. 가끔은 그 소리가 시끄럽다며 창문을 열고 항의하는 이웃도 있다. 세상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눈을 내려주지만, 그 눈을 치우는 소음까지 공평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법이다.
오만가지 이유로 눈 오는 날이 저주스러울 때쯤, 그 아이가 나타났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만 되면 자석에 이끌리듯 우리 가게로 달려오는 서너 살 배기 꼬마 숙녀. 덕분에 아이의 엄마는 본의 아니게 우리 점포의 '젤리 사냥꾼'이 되었다. 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자동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아이의 고사리 같은 두 손에는 앙증맞은 무언가가 소중하게 들려 있었다.
"삼촌 꺼!"
아이가 내민 것은 아주 작은, 정말이지 내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더 큰 미니 눈사람이었다. 아이는 더 크고 근사한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보잘것없는 조그만 눈뭉치를 나에게 전해주기 위해 차가운 온도를 견디며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그 작고 위태로운 눈사람을 응시했다. 내게 눈은 바닥을 더럽히는 주범이자 노동의 가중치였지만, 이 아이에게 눈은 세상이 보내준 가장 순수한 선물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이의 기특한 마음씨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매대에서 가장 알록달록한 젤리 하나를 꺼내 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 일종의 등가교환이다. 차가운 눈사람과 달콤한 온기.
아이가 떠난 뒤, 나는 카운터 위에 놓인 작은 눈사람이 조금씩 녹아 투명한 물방울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바닥은 여전히 축축하고 손님들은 여전히 투덜대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의 대빗자루질은 평소보다 조금 덜 고단하게 느껴졌다.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라, 누군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작은 눈뭉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녹아가는 눈사람을 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