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편의점의 커다란 꿈 : 당신의 24시간을 팝니다

by 편알못가이드

‘일단 써보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은 마치 4월의 화창한 오후에, 문득 맥주를 마셔야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충동이었다. 무언가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앞뒤 재지 않고 일단 저질러 보는 것이 내 성격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혹은 다 불어터진 스파게티가 되든, 일단 질러 놓고 보는 이 안타까운 기질 때문에, 나는 지금 20년 차 편의점 구석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글쟁이가 되어 보겠답시고 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무모한 도전은 어느 작은 출판사와의 미팅에서 시작되었다. 비가 내리던 오후였고, 우리는 식은 커피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그 짧은 만남이 40대 초반의 아저씨에게 ‘작가’라는 헛바람을, 아니 일종의 기묘한 꿈을 갖게 해 주었다.


이래서 농담도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는, 소위 ‘진지충’에게는 함부로 말을 건네면 안 되는 것이다. 그건 마치 굶주린 고양이에게 최고급 참치 캔의 냄새를 풍기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내 손가락은 기계식 키보드 위에 올라와 있고, 내 머릿속은 낡은 필름 영사기처럼 지난 20년의 기억을 되감기 시작했는데.


나는 편의점에 꽤 진심인 편이다. 세상 사람들은 편의점을 그저 '동네 구멍가게'나 급할 때 담배나 사러 가는 '보급소'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편의점이라는 세계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우주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운이 좋았는지, 혹은 알고리즘의 신이 변덕을 부렸는지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공중파 뉴스 인터뷰도 해보고,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내 얼굴이 걸리는 초현실적인 경험도 했다. 말하자면 ‘유명세’라는 것을 아주 살짝 맛본 셈이다. 그것은 꽤 달콤했지만, 동시에 뒷맛이 씁쓸한 다크 초콜릿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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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하지만 나는 제대로 노를 젓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젓지 않았다. 유명세 뒤에는 필연적으로 악플과 근거 없는 비난, 그리고 쏟아지는 시선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것은 마치 원하지 않는 스팸 메일을 매일 아침 확인해야 하는 기분과 비슷했다.


그때 내가 조금 더 사람들이 원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선택했다면, 지금쯤 '대기업 유튜버'가 되어 있었을까? 가끔 그런 평행우주를 상상해 보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화려한 조명과 카메라 렌즈 뒤로 한발 물러나, 차분히 내 경험을 활자로 정리할 수 있는 지금의 고요함이 더 마음에 든다. 그것이 나의 INTP적 성향에 더 부합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넥타이를 맨 직장인을 거쳐, 결국 내 가게의 점주가 되기까지. 혈기 왕성하던 락스타 지망생이 30대를 훌쩍 넘겨 5살 아이를 둔, 배가 조금 나온 아빠가 될 때까지. 나는 편의점 밥만 20년을 먹었다. 인생의 절반을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이 사각형의 유리 상자 안에 갈아 넣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내 눈에는 세상이 온통 편의점으로 보인다. 이것은 일종의 저주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낯선 동네에 가서도, 내 눈은 무의식적으로 편의점 간판을 쫓는다.


‘아, 이 동네는 1인 가구 비율이 높군. 그래서 소포장 야채를 골든존에 배치했어.’


‘저 사장님은 진열에 센스가 있네. 하지만 저렇게 하면 고객 동선이 꼬일 텐데... 나라면 저 매대를 15도 정도 틀었을 거야.’


‘선반 위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군.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증거야. 내가 들어가서 저걸 닦아주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는군.’


나와 일체 관계가 없는, 생면부지의 남의 가게에 들어가서도 나는 셜록 홈즈라도 된 것처럼 이리저리 짱구를 굴리며 매출 전략을 짜고 있다. 명백한 직업병이다. 그만큼 내가 이 공간에, 편의점이라는 시스템에 깊이 중독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편의점은 그저 급하게 맥주 4캔을 사러 들르는 장소일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늦은 밤 허기를 채워주는 따뜻한 식당이고, 퇴근길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들어와 캔맥주 하나로 위로받는 작은 술집이며, 장거리 운전 중 잠시 쪽잠을 잘 수 있는 고속도로 위의 오아시스다.


그리고 나에게는, 생업을 걸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지키는 작고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마치 등대지기가 등대를 지키듯 말이다.


편의점 자동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의 수만큼, 그들에게 편의점이 의미하는 바는 제각각이다. 그 15평 남짓한 좁은 공간 안에는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이, 시대의 변화가, 그리고 사람 냄새가 편의점 도시락처럼 층층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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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편의점이 품고 있는 커다란 이야기.


20년 동안 카운터 너머로 지켜본 세상의 이야기를, 이제 천천히 꺼내보려 한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캔맥주를 따는 소리처럼 경쾌하게, 때로는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처럼 조금은 씁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