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데미안_헤르만 헤세

내부를 향한 투쟁

by 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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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어온 책 중 가장 인간의 성장과 자아실현에 대한 내용을 완벽하게 담은 소설이다. 싱클레어의 성장은 결코 유별난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인 일을 겪으면서 나타난다. 1장의 그저 밝고 순수한 싱클레어부터 마지막의 자아실현하는 싱클레어까지 그가 겪는 일, 그로 인한 가르침, 방황, 자아실현 과정은 매우 개연성 있고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데미안은 누구인가?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삶에 자연스럽게 나타나 또 싱클레어가 한 차례 성장을 마칠 때 홀연히 사라진다. 그러다가도 싱클레어가 필요로 하면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나곤 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성장의 원동력이자 길잡이이다. 읽으면서 데미안이 싱클레어랑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그저 학생일 뿐인데 너무 오만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종종 들었지만 데미안은 마지막에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사실 데미안도 현실에서의 삶에 묶인 한낱 인간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작중에서 내내 데미안은 무언가를 초월한 존재로 느껴진다. 이는 데미안이 현실에 충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아실현에 큰 방점을 둔 채로 살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데미안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라는 생각도 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특정 시점에 '데미안'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 삶을 돌아보았을 때 데미안이 나타날 수 있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그런 변곡점을 극복했는가. 아직도 1장의 싱클레어처럼 안락한 빛의 세계에 갇혀있지는 않은가. 아브락사르에게 가기 위해 내 알을 깨는 것이 우선인데, 알을 깰 기회가 나에게 충분히 주어졌는지 모르겠다.


꼭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닌 타인에 대한 생각을 할 때도 알을 깨는 것은 중요하다. 단편적인 평가보다 다면적인 생각이 필요한 사회다. 도덕적으로 고귀한 삶만 좇다 보면 어느새 사회부적응자가 될 것이다. 데미안이 준 가르침을 생각하며 스스로의 발전을 꾀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겠다.


<싯다르타>를 읽을 때도 그랬는데, 이 번에도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다시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가면서 재독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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