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엇나간다 -제 3화

살 빼려고 먹은 '나비약'이 마약이라고?

by 장경장

​[제 3화] 살 빼려고 먹은 '나비약'이 마약이라고?


​(부제: 강남 학원가에서 교실까지, 아이들을 노리는 하얀 가루)


​"경찰관님, 우리 애가 ADHD 약을 먹고 있어서 그래요. 심신미약인 거 감안해 주세요."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사를 하다 보면

부모님들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우리 애가 친구를 잘못 만나서"가 1위였다면,

요즘은 "우리 애가 아파서(ADHD)"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정말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기류는 조금 다릅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의 범죄를 덮기 위한 '면죄부'로, 또 어떤 부모님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부스터'로 이 약물을 소비합니다.


물론 치료가 꼭 필요한 아이들도 있지만,

일부 오남용되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오늘 저는 대한민국 교실에 침투한 '합법을 가장한 마약'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주사바늘이 오가는 어두운 골목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필통 속,

그리고 다이어트 파우치 속에 숨겨진

하얀 알약의 진실입니다.

1. 나비의 날갯짓? 죽음의 날갯짓 (디에타민)


​여학생들 사이에서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매)'가 유행하면서 '나비약'이라 불리는 다이어트 보조제가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알약 모양이 나비처럼 생겨서 붙은 예쁜 이름입니다.

​아이들은 이 약을 "병원에서 처방받은 살 빠지는 약" 정도로 가볍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디에타민은 단순한 다이어트 약이 아니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성분인 펜터민은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화학 구조가 매우 유사합니다.


​제가 만난 아이들은 말합니다. "이거 먹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붕 뜬 기분이 들어요."

환각과 환청, 심각한 감정 기복.


이것은 다이어트 부작용이 아니라 '마약 중독 증상'입니다. 살을 빼려다 영혼까지 말라비틀어지는 이 위험한 약물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살 잘 빠지는 꿀템'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2. "서울대 가는 약 주세요" (공부 잘하는 약의 배신)


​작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기억하시나요?


"집중력을 높여준다"며 아이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건넨 이 끔찍한 사건은,

대한민국 부모님들의 '불안한 욕망'을 정확히 조준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실태는 더 기가 막힙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소위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ADHD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처방을 받기 위해, 멀쩡한 아이를 환자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애 약 먹여서라도 엉덩이 붙이고 있게 해야죠."


각성 효과를 통해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려는 잘못된 모성애.

그것은 내 아이의 뇌를 억지로 깨우는 학대이자, 약물 의존을 부추기는 첫걸음입니다.


​3. 배달보다 쉬운 마약 쇼핑 (텔레그램의 늪)


​"요즘 애들이 마약을 어디서 구해요?"


어른들은 영화처럼 조폭들이 은밀하게 거래하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대답은 충격적입니다.


"쿠팡보다 쉬워요."


​아이들의 스마트폰에 깔린 '텔레그램'이 그 통로입니다.


검색창에 은어 몇 개만 넣으면 판매상이 쏟아집니다.

돈을 입금하고(무통장 입금이나 코인),

판매자가 약속된 장소(주택가 구석진 곳 등)에 약을 숨겨두면 찾아가는 '던지기' 수법.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배달 음식 시키듯 마약을 손에 넣습니다.

이 접근성의 공포가 바로 우리가 텔레그램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4. 내 아이의 방에서 '이것'을 찾으세요


​부모님들은 "우리 애는 모범생이라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약물은 성적이나 품행과 무관하게 파고듭니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부모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감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를 봐주세요.


• ​감정의 롤러코스터: 평소와 다르게 기분이 극도로 좋았다가 갑자기 딥(Deep)하게 우울해지는 등 조울증 증세를 보인다.


• ​신체적 변화: 이유 없이 살이 급격히 빠지거나, 안색이 창백하고 눈 풀림 현상이 있다.


• ​스마트폰: 아이의 폰에 '텔레그램'이 설치되어 있고, 특정 시간에 외출이 잦다.


​이런 신호가 보인다면, 혼을 낼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삼키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면 항상 씁쓸한 질문이 남습니다.


왜 아이들은 그 위험한 약을 입에 넣었을까요?

어떤 아이는 친구들에게 "나 이렇게 말랐어"라고 인정받고 싶어서,

어떤 아이는 부모님에게 "나 성적 올랐어"라고 칭찬받고 싶어서 약을 삼켰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아이들이 약물로 채우고 싶었던 것은, 비어버린 위장이 아니라 '비어버린 마음'이었을 겁니다.


오늘 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알록달록한 알약이 아닙니다.


"성적이 떨어져도, 살이 쪄도, 너는 존재만으로 충분히 소중하단다."


부모님이 건네는 이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어떤 명약보다 강력한

'마약 백신'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