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엇나간다 - 제 5화

"재워줄 오빠 구해요" (헬퍼의 두 얼굴)

by 장경장

​[제 5화] "재워줄 오빠 구해요" (헬퍼의 두 얼굴)

(부제: 거리에서 만들어진 가족, 그리고 잔혹한 먹이사슬)


​"경찰관님, 제가 제 딸 방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어느 늦은 밤, 112 신고 전화를 걸어온 어머니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딸을 지키고 싶었지만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아, 결국 딸의 방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했다는 엄마.


녹음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또래 친구와의 수다가 아니었습니다.

낯선 성인 남자와의 성매매 약속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집 밖으로 나가 낯선 남자의 차에 타는 것을 목격하고, 그 차 번호를 경찰에 넘기며 울부짖었습니다.


내 딸을 현장에서 잡아달라고.

그렇게 해서라도 그 끔찍한 굴레를 끊고 싶다는, 어머니의 비명 같은 신고가 아직도 제 귓가에 생생합니다.


​오늘 저는 학교 밖, 차가운 거리 위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잔혹한 생존기'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1. ​"서로 좋아서 한 건데 왜요?" (죄의식의 부재)


​현장에서 검거된 아이들의 태도는 놀라울 만큼 담담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해 성매수 남성을 체포하고 아이를 구조해도, 아이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찰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냥 만난 건데요? 서로 좋아서 한 건데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이들에게 성매매(조건 만남)는 범죄가 아니라, 그저 '쉬운 용돈 벌이' 혹은 '놀이'쯤으로 치부됩니다.


오픈채팅이나 텔레그램을 통해 성매수 남성을 만나는 것은,

아이들에게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것만큼이나 쉽고 죄의식 없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멈추기 위해 때로는 '우범송치'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냅니다.

당장 죄를 짓지 않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아이들을 법원의 판단을 받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하는 조치입니다.

유치장 같은 곳에 갇혀서라도 제발 이 위험한 질주가 멈추길 바라는,

경찰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2. ​피해자에서 괴물로 (A양과 B양의 비극)


​가출팸(가출 패밀리)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피해자로 시작했던 아이가,

결국엔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제게 잊히지 않는 여학생 A가 있습니다.

A는 처음 가출했을 때 남자친구와 그 친구들에게 강요받아 성매매를 시작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밤을 모텔방에서 울며 보냈을 A.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A는 변했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지옥을 벗어나는 대신,

그 지옥의 주인이 되기로 한 것입니다.


​A는 자신보다 어린 후배 B양을 팸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당했던 방식 그대로,

아니 더 악랄하게 B양을 성매매 현장으로 내몰고 화대를 가로채는 '포주' 노릇을 했습니다.


저희가 A양을 수차례 우범송치 보내고 선도하려 노력했지만, 이미 망가져 버린 A양은 끝내 갱생되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A양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아이를 출산하고 학교를 자퇴한 채,

여전히 거리 어딘가를 떠돌고 있습니다.


3. ​"걔 인생 포기했어요, 알아서 하세요"


​도대체 아이들은 왜 따뜻한 집을 두고 차가운 거리로 나왔을까요?


가출 청소년들을 조사하며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면, 열에 아홉은 가슴 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편부모 가정, 조손 가정, 혹은 부모가 있어도 아이를 방치하는 경우...


​"경찰관님, 걔는 내 자식 아니에요. 감방을 보내든 맘대로 하세요. 저도 포기한 지 오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부모의 차가운 목소리. 그 순간 옆에 앉은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아이들이 거리에서 만난 '가출팸' 오빠들에게 착취당하고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


어쩌면 그들에게는 '돌아갈 집'이 '거리'보다 더 춥고 외로운 곳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4. ​우리가 되어주지 못한 '진짜 헬퍼'


​지금 이 순간에도 SNS에는 #재워드려요 #헬퍼 라는 해시태그가 넘쳐납니다.


잘 곳 없는 아이들에게 "오빠가 재워줄게"라며 손을 내미는 그들은,

구원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영혼을 파먹는 포식자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욕하기 전에,

우리는 뼈아픈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합니다.


아이들이 왜 부모나 선생님이 아닌, 그 낯선 오빠의 차에 제 발로 올라타야만 했을까요.


왜 우리 사회는 그 아이들에게 '안전한 헬퍼'가 되어주지 못했을까요.

​아이들이 거리에서 찾는 것은

단순한 잠자리가 아닙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진짜 어른'의 품입니다.


딸을 범인처럼 잡아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그 어머니의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는 거리의 아이들을 다시 바라봐야 합니다.


​"너 왜 그랬어?"라는 비난 대신, "많이 힘들었지, 밥은 먹었니?"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넬 수 있다면.


그 작은 관심이 A양이 또 다른 B양을 만들지 않게 하는, 유일한 멈춤 버튼이 될 것입니다.


​오늘 밤, 당신의 아이는,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