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엇나간다 - 제 6화

"저 감옥 안 가잖아요?" 법을 비웃는 아이들

by 장경장

​[제 6화] "저 감옥 안 가잖아요?" 법을 비웃는 아이들


(부제: 촉법소년과 모바일 신분증, 어른들을 조롱하는 아이들의 진화)


​"아저씨 짭새예요? 저 촉법인데 어쩔 건데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은,

아이가 흉기를 들었을 때가 아닙니다.

아이가 ''을 알고, 그것을 비웃을 때입니다.

​"어차피 저 감옥 안 가잖아요."


​자신이 처벌받지 않는 나이(만 10세 이상~14세 미만)라는 것을 무기 삼아,


경찰관 앞에서도 다리를 꼬고 껌을 씹는 아이들. 오늘 저는 그 영악한 가면 뒤에 숨겨진, 무너져가는 교실과 법의 사각지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1. "감옥은 안 가지만 소년원은 간다" (촉법의 착각)


​아이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촉법소년 = 무죄'라는 공식입니다.

물론 촉법소년은 형법상 형사 미성년자라 전과가 남는 교도소(감옥)에는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에 가서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얘들아, 감옥은 안 가지만 소년원은 갈 수 있어."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을 통해 내려지는 보호처분(1호~10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죄질이 나쁘면 가장 강력한 10호 처분을 받아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수용될 수 있습니다.


소년원 역시 자유를 박탈당하고 규율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구금 시설입니다.

'빨간 줄(전과)'만 안 그어질 뿐, 아이가 감당해야 할 죗값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은 모른 척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2. "건드리지 마세요, 권한 없잖아요" : SPO의 눈물


​얼마 전, 동료 SPO와 함께 번화가에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청소년 보호구역' 안내 멘트가 나오는 송출기를 설치하고 있는데,

바로 그 뒤에서 남학생들이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가가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지도를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저씨가 뭔데 내 이름 물어봐요? 갈 길 가세요. 체포할 권한 있어요?"


​아이들은 경찰관을 밀치며 조롱했습니다.

현장 지구대 경찰관이 아닌 SPO(학교전담경찰관)는 수사권이나 강제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을 아이들도 이미 꿰뚫고 있는 듯했습니다.


결국 지구대 순찰차를 부르고 부모님이 오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이미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 중이었고, 또 사고를 치면 소년분류심사원에 갈까 봐 겁을 먹고 더 거칠게 반항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함께 있던 제 동료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내가 경찰인데, 제복 입고 아이들한테 조롱이나 당하다니... 너무 비참해."


아이들을 선도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들어왔던 동료는, 결국 그날의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이번 인사 때 다른 부서로 떠났습니다.


법을 악용하는 아이들 앞에서 공권력이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3. 형들의 '아바타'가 된 촉법소년들


​아이들의 세계에도 먹이사슬이 존재합니다.

가장 악랄한 것은 형법을 적용받는 나이(만 14세 이상, 중3~고등학생)의 형들이 촉법인 나이(중1, 만 13세)의 동생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야, 너는 훔쳐도 감옥 안 가잖아. 가서 차털이 좀 해와."


​동네 일진 형들은 중1 후배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웁니다.

후배들이 훔쳐 온 금품은 선배들이 챙기고, 경찰에 잡히면 후배들은 "제가 했어요"라며

'촉법 방패'를 듭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아이들은 '범죄의 아바타'로 전락합니다.

차털이로 시작한 범죄는 훔친 신분증으로 렌터카를 빌려 무면허 운전을 하고,

그 차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폭주로 이어집니다.


결국 아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소년원이라는 긴 터널로 들어가게 됩니다.


4. "이거 진짜 아니에요?" : 모바일 신분증의 함정

​요즘 번화가 술집 사장님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가짜 모바일 신분증입니다.

과거처럼 주민등록증 숫자를 칼로 긁어 고치는 수준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텔레그램이나 SNS를 통해 단돈 몇천 원이면 감쪽같이 위조된 성인용 모바일 신분증 화면을 구합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별할 수 없습니다.

바코드를 찍어 검증하는 시스템(PASS 앱 등)이 있지만,

영세한 식당들은 갖추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모바일 앱으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세세한 확인하기 어려워 하먀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 조회를 해봐야 비로소 가짜임이 들통납니다.


​문제는 처벌입니다. 플라스틱 공문서인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면 공문서위조죄라는 중범죄지만,

사설 앱 화면이나 캡처본을 위조해 보여주는 행위는 적용 법조가 까다로워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아이들은 훈방 조치로 풀려나기도 하지만,

속아서 술을 판 자영업자는 영업 정지라는 생계의 위협을 받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처럼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법의 구멍을 파고든 아이들의 일탈에 어른들의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명 중 1명은 바뀐다

​법을 비웃는 아이들, 포기하는 부모들, 속수무책인 법 현실. 이 답답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왜 매일 아이들을 만나러 갈까요?


저는 '10명 중 1명의 기적'을 믿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싹수가 노랗다"고 손가락질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 선도 프로그램인 '사랑의 교실'에서 만난 아이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자신을 '범죄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해주는 어른을 처음 만났기 때문입니다.


​SPO가 사준 따뜻한 햄버거 하나, 검정고시를 칠 수 있게 도와준 작은 관심 덕분에 아이는 나쁜 친구들과 연을 끊었습니다.

자격증을 따고,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갔습니다.

"경찰관님, 저 이제 사람답게 살아요."


가끔 날아오는 그 안부 문자 하나가, 모멸감을 견디며 제가 제복을 벗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6.국가가 마지막 부모가 되어야 할 때


​법을 비웃던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경찰? 판사? 아닙니다.
자신을 끝까지 놓지 않는 '질긴 관심'입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시험합니다. 밀어내고, 욕하고, 도망칩니다.


"이래도 나를 안 버릴 거야?

이래도 내 편이 되어줄 거야?"


그 처절한 몸부림 앞에,

우리는 지치지 말고 답해줘야 합니다.


​"응, 그래도 우리는 너를 포기하지 않아."


​차가운 쇠창살 대신 따뜻한 손을 내밀었을 때, 비로소 아이는 가시 돋친 갑옷을 벗고 우리 품으로 돌아옵니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실패하더라도,

단 한 명의 아이가 갱생의 문을 열고

걸어 나올 때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전담경찰관(SPO)은 아이들의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그 길고 외로운 기다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