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감옥 안 가잖아요?" 법을 비웃는 아이들
(부제: 촉법소년과 모바일 신분증, 어른들을 조롱하는 아이들의 진화)
"아저씨 짭새예요? 저 촉법인데 어쩔 건데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은,
아이가 흉기를 들었을 때가 아닙니다.
아이가 '법'을 알고, 그것을 비웃을 때입니다.
"어차피 저 감옥 안 가잖아요."
자신이 처벌받지 않는 나이(만 10세 이상~14세 미만)라는 것을 무기 삼아,
경찰관 앞에서도 다리를 꼬고 껌을 씹는 아이들. 오늘 저는 그 영악한 가면 뒤에 숨겨진, 무너져가는 교실과 법의 사각지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촉법소년 = 무죄'라는 공식입니다.
물론 촉법소년은 형법상 형사 미성년자라 전과가 남는 교도소(감옥)에는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에 가서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얘들아, 감옥은 안 가지만 소년원은 갈 수 있어."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을 통해 내려지는 보호처분(1호~10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죄질이 나쁘면 가장 강력한 10호 처분을 받아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수용될 수 있습니다.
소년원 역시 자유를 박탈당하고 규율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구금 시설입니다.
'빨간 줄(전과)'만 안 그어질 뿐, 아이가 감당해야 할 죗값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은 모른 척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동료 SPO와 함께 번화가에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청소년 보호구역' 안내 멘트가 나오는 송출기를 설치하고 있는데,
바로 그 뒤에서 남학생들이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가가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지도를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저씨가 뭔데 내 이름 물어봐요? 갈 길 가세요. 체포할 권한 있어요?"
아이들은 경찰관을 밀치며 조롱했습니다.
현장 지구대 경찰관이 아닌 SPO(학교전담경찰관)는 수사권이나 강제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을 아이들도 이미 꿰뚫고 있는 듯했습니다.
결국 지구대 순찰차를 부르고 부모님이 오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이미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 중이었고, 또 사고를 치면 소년분류심사원에 갈까 봐 겁을 먹고 더 거칠게 반항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함께 있던 제 동료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내가 경찰인데, 제복 입고 아이들한테 조롱이나 당하다니... 너무 비참해."
아이들을 선도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들어왔던 동료는, 결국 그날의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이번 인사 때 다른 부서로 떠났습니다.
법을 악용하는 아이들 앞에서 공권력이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아이들의 세계에도 먹이사슬이 존재합니다.
가장 악랄한 것은 형법을 적용받는 나이(만 14세 이상, 중3~고등학생)의 형들이 촉법인 나이(중1, 만 13세)의 동생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야, 너는 훔쳐도 감옥 안 가잖아. 가서 차털이 좀 해와."
동네 일진 형들은 중1 후배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웁니다.
후배들이 훔쳐 온 금품은 선배들이 챙기고, 경찰에 잡히면 후배들은 "제가 했어요"라며
'촉법 방패'를 듭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아이들은 '범죄의 아바타'로 전락합니다.
차털이로 시작한 범죄는 훔친 신분증으로 렌터카를 빌려 무면허 운전을 하고,
그 차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폭주로 이어집니다.
결국 아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소년원이라는 긴 터널로 들어가게 됩니다.
요즘 번화가 술집 사장님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가짜 모바일 신분증입니다.
과거처럼 주민등록증 숫자를 칼로 긁어 고치는 수준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텔레그램이나 SNS를 통해 단돈 몇천 원이면 감쪽같이 위조된 성인용 모바일 신분증 화면을 구합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별할 수 없습니다.
바코드를 찍어 검증하는 시스템(PASS 앱 등)이 있지만,
영세한 식당들은 갖추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모바일 앱으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세세한 확인하기 어려워 하먀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 조회를 해봐야 비로소 가짜임이 들통납니다.
문제는 처벌입니다. 플라스틱 공문서인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면 공문서위조죄라는 중범죄지만,
사설 앱 화면이나 캡처본을 위조해 보여주는 행위는 적용 법조가 까다로워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아이들은 훈방 조치로 풀려나기도 하지만,
속아서 술을 판 자영업자는 영업 정지라는 생계의 위협을 받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처럼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법의 구멍을 파고든 아이들의 일탈에 어른들의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법을 비웃는 아이들, 포기하는 부모들, 속수무책인 법 현실. 이 답답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왜 매일 아이들을 만나러 갈까요?
저는 '10명 중 1명의 기적'을 믿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싹수가 노랗다"고 손가락질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 선도 프로그램인 '사랑의 교실'에서 만난 아이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자신을 '범죄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해주는 어른을 처음 만났기 때문입니다.
SPO가 사준 따뜻한 햄버거 하나, 검정고시를 칠 수 있게 도와준 작은 관심 덕분에 아이는 나쁜 친구들과 연을 끊었습니다.
자격증을 따고,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갔습니다.
"경찰관님, 저 이제 사람답게 살아요."
가끔 날아오는 그 안부 문자 하나가, 모멸감을 견디며 제가 제복을 벗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6.국가가 마지막 부모가 되어야 할 때
법을 비웃던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경찰? 판사? 아닙니다.
자신을 끝까지 놓지 않는 '질긴 관심'입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시험합니다. 밀어내고, 욕하고, 도망칩니다.
"이래도 나를 안 버릴 거야?
이래도 내 편이 되어줄 거야?"
그 처절한 몸부림 앞에,
우리는 지치지 말고 답해줘야 합니다.
"응, 그래도 우리는 너를 포기하지 않아."
차가운 쇠창살 대신 따뜻한 손을 내밀었을 때, 비로소 아이는 가시 돋친 갑옷을 벗고 우리 품으로 돌아옵니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실패하더라도,
단 한 명의 아이가 갱생의 문을 열고
걸어 나올 때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전담경찰관(SPO)은 아이들의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그 길고 외로운 기다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