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뺏기 전에, '검색 기록' 대신 '표정'을 봐주세요
(부제: 가장 완벽한 보안 프로그램은 부모라는 '안전한 집'입니다)
지난 8화의 연재 동안, 우리는 참 불편하고 무서운 진실들과 마주했습니다.
내 아이의 얼굴을 훔치는 딥페이크, 영혼을 파괴하는 사이버 도박, 살을 빼려다 중독되는 마약,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감옥 사이버 폭력까지.
이 글을 읽으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셨을 부모님들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당장 오늘 밤, 아이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스마트폰을 빼앗고, 위치 추적 어플이라도 깔아야 하나 불안감에 휩싸이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서,
벼랑 끝에 선 수많은 아이와 부모님을 만나며 깨달은 아픈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부모의 '감시'는 결코 아이의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부모님 중에는 아이의 모든 동선을 CCTV처럼 추적하고, 메신저 대화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검열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아이는 부모를 보호자가 아닌 '간수'로 여겼고, 감시를 피하기 위해 공기계를 구하거나 텔레그램 같은 더 깊고 어두운 음지로 숨어들었습니다.
통제는 오히려 아이와의 신뢰를 깨뜨리고,
아이를 고립시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위기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속에는 서글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자극적인 게임과 불법 도박 사이트, 조건 만남 어플이 가득했지만,
정작 부모님과 나눈 '온기' 있는
대화 기록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세상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을 때, 스마트폰 속 괴물들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아이의 외로움을 먹고 자라납니다.
반면, 위험한 유혹에 흔들리다가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백신'이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결국엔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
부모님과의 단단한 '연결감'입니다.
아이들이 현실에서 도망쳐 스마트폰 속 가짜 세상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현실이 너무 춥고 외롭기 때문입니다.
성적에 치이고 관계에 지친 아이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이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이 통제와 확인뿐이라면, 아이는 결국 차가운 액정 화면 속에서 거짓된 위로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CCTV'가 아니라 '등대'가 되어야 합니다.
감시하고 쫓아다니며 비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캄캄한 바다를 헤매다
언제든 고개를 돌려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빛을 비추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 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뺏기 전에, 잠시만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봐 주세요.
그리고 습관처럼 던지던 질문들은 잠시 거두어 주세요.
대신, 아이의 눈동자를 보며 이렇게 말해주세요.
"우리 딸(아들), 오늘 하루도 버티느라 고생 많았어."
"네가 어떤 모습이건, 엄마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 어서 와, 우리 밥 먹자."
그 어떤 흉악한 사이버 범죄도
뚫을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방화벽은,
오늘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반겨주는 부모님의 따뜻한 밥상과,
나를 믿어주는 단단한 눈맞춤입니다.
지금까지 '경찰서로 출근하는 N잡러' 학교전담경찰관 장경장의
무거운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과 아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이라는 벽을 넘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범인을 잘 잡으려면,
내 집부터 평온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위기의 가정을 목격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방황 뒤에는 정서적 결핍만큼이나 부모님의 '삶의 여유 없음'이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의 가정사를 해결해 주다 문득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과연 나는 내 가족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나는 현장의 스트레스를 핑계로 집에 가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무책임한 가장은 아닌가?"
위기에 처한 남의 집 아이들을 지키는 훌륭한 경찰관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내 아이들이 아빠를 가장 필요로 하는 빛나는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에게 온전한 미소와 시간을 내어주는 '진짜 아빠'가 되기 위해,
저는 과감히 인생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기로 했습니다.
이제 밖에서 범인을 쫓던 수갑 대신 국자를 쥐고, 제복 대신 앞치마를 두른 어느 경찰관 아빠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진짜 생존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부제: N잡러 경찰관의 좌충우돌 육아휴직과 가족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