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지반은 사람마다 모양과 밀도가 다르다.

비밀; 사랑할 때 우리가 감추고 있는 속마음

by 박철우

감정의 지반은 사람마다 모양과 밀도가 달라서,
견뎌낼 수 있는 감정의 종류도 다르다


마음도 모양이 있다. 마음 안에서 여러 감정은 지층을 이루고 있는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때 사람마다 그 모양과 밀도가 조금씩 다르다. 나는 외로움이 두터운 편이라, 혼자 있는 시간을 곧잘 쓸쓸해하지 않는다. 반면 열등감의 지반은 자주 불안정하다. 그래서 글 잘 쓰는 사람을 많이 부러워하고, 어렸을 땐 신체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자주 힘들어했다.


이유 없이 공허한 날. 무엇이, 무엇에 의해 심장 안쪽이 허한 상태인지조차 모르지만, 깊은 밤이 오면 이불 끌어다 얼굴을 덮는 이유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발견되지 않은 지층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밤마다 나는 그 지층이 몹시 궁금하다. 어쩌면 그 지층을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려고, 매일 밤 일기 같은 글을 긁적이는지 모른다. 그러다 나의 마음을 온전히 알게 되는 때가 오면, 이번 생을 함께해도 좋을 당신을 찾아 나서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내게는 있다.


대게 마음의 지층구조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연인이 되는 경우, 둘의 만남은 단순한 감정싸움 한번으로 끝이 날만큼 연약하지 않다. ‘당신을 이해해.’라는 말은 감정 가운데 모양이 각지거나 밀도가 낮아, 자주 겉으로 분출되는 감정을 잘 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이상. GOD의 노래「반대가 끌리는 이유」가 명곡이듯, 현실에서 우리는 마음의 지층구조가 전혀 다른 사람에게 끌리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연인은 마음의 지층구조를 탐색하는 사이라 정의하는 것이 맞겠다. 나는 외로움에 강한 편이니 혹시 당신이 너무 바빠, 나를 혼자 두게 되더라도, 그 시간이 너무 오래만 아니면 괜찮다. 나는 놀림을 받아도 다음날까지 곱씹는 성격이 아니니, 놀리고 싶은 만큼 놀려도 유연한 재치로 다 넘겨주겠다. 단, 그 놀림이 나의 글을 향한다면 내가 좀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 마음에 중심을 잡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 감정을 이해함으로 ‘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면에서 아주 그렇다. 반대로 끝끝내 중심 감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되질 못한다. 그렇다면 나를 휩쓸고 지나간 많은 ‘감정’들은 왜 중심이 되질 못하고, 주변 감정으로 흩어져 당신을 다치게 했을까.

당신은 나를 많이 닮아, 열등감의 지반이 그리 단단하지 못했다. 언어가 언쟁이 되는 지점을 알고 있었지만, 서로를 할퀴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설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종종 언쟁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영악함을 가졌으며, 후회로 끝맺을 것이란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아주 미련한 사람, 나, 당신, 우리.


감정은 세밀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달렸지만, 아직까지 그 성분에 대해 명확히 밝혀낸 자가 없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니라면 자주 비뚤어지는 나의 마음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어쩌면 염색체 안에 감정자국이 새겨져 있는 지도 모른다. 오래 둘이다 보면, 라면국물의 간이 자연스레 맞춰지는 것과 달리, 염색체 속에 새겨진 감정자국은 태생부터 달랐던 명백한 차이라서,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분한 노력이 필요한지도. 나, 당신,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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