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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May 14. 2021

찐따남 데이트 사건,

행아웃과 데이트는 종이한장 차이...

캐나다 온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어선다. 처음에는 어버버 거리던 내 영어 실력도 이제는 기본적인 대화는 곧잘 받아칠 정도가 된 것을 보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내 몸 스스로가 부단히 노력을 했었나 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에 맹모도 삼천지교를 하지 않았었던가. 


스키장, 세탁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몸은 항상 약간의 피로들 달고 사는 느낌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매일 하는 스트레칭과 약간의 기본 운동들인 듯하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아침만은 상쾌한 것일까? 스벅에서 일하고 있는 덕에 오늘 아침도 스벅 모닝커피를 집에서 직접 해서 먹는다. 커피 자주 마시다 보니까 이젠 나도 스벅에 가서 일 해도 될 만큼의 스킬이 생긴 거 같은데, 일이랑 그냥 한두 잔 타서 먹는 거랑은 다를걸 알기에 그냥 생각만으로 그친다.


얼마 전, 예전에 같이 일하던 한국인이 불러준 파티에 가서 만난 여자가 있는데, 오늘 같이 스키를 타기로 했다. 소녀 같은 순수하지만 이국적인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드는 친구인데, 난 모솔이기 때문에 조금만 이쁘면 그냥 다 호감이 가는 것 같다. 보드 타는 인구가 은근히 많은 휘슬러에 이 친구는 반갑게도 스키를 탄다고 했다. 술을 마시던 그날, 처음 그녀를 봤을 때, 후광이 비친 거 같았는데 이건 술 먹어서 착각한 거겠지? 페북 PM을 보내고 마을 곤돌라 앞에서 보기로 했다. 오전 10시 정도에 보자고 했는데, 약간 이른 감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다행히도 이 친구도 Early Bird 쪽이라 바로 Okay를 한다. 


곤돌라 타고 올라가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밴쿠버에서 살면서 겨울이라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하이원 근처에 살면서 겨울에 하이원에 스키장 아르바이트하러 오는 뭐 그런 비슷한 거라 보면 되겠다. 한국에서는 스키장이 하이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휘슬러랑은 물론 비교가 안된다. 


몇십 분 지나고 드디어 정상을 올라왔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휘슬러는 역시 오늘도 샤방 인다. 이런 풍경 겨울마다 보고 싶다. 스키강사를 전업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에는 북반구에서 일을 하고, 여름에는 남반구에서 일을 하고 그러면 개꿀일 듯한데, 다만 그 길이 쉽지 않을 것이기에 오늘도 생각으로만 그친다. 파우더 눈이 덜 있어서 스키 볼이 좁은 내 스키로도 잘 내려간다. 루시의 스키도 나랑 비슷한 스키 볼이 좁은 형태이다. 몇 번을 타고나니 벌써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허기가 지기에 정상에 있는 라운지에 들렸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알게 된 몇몇 동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길래 가볍게 나랑 루시도 맞인사를 한다. 루시도 스키장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나보다 더 먼저 시작하였고, 나는 중간에 어렵게 어렵게 들어간 케이스였다. 점심을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느낀 점은 일본을 많이 동경하고 있다는 거다. 한국도 주변 국가라 기회가 된다면 일본을 여행하고 나서 한국도 놀러 가고 싶다는 거였는데,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렇게 얘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있다가 일본에 워킹홀리데이 비슷한 것으로 1년 정도 살고 싶다고 하는데,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던 나도 일본 워킹홀리데이가 왠지 모르게 끌린다.


맛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오후 라이딩을 시작!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며, 루시와 나는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한국이었다면, 여성과 남성의 만남은 뭔가 있어야 되는 거지만, 해외는 그냥 다르다.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집에 와서 일기를 글쩍이며, 오늘 낮시간에 있었던 일을 하나 둘 되새김 질 한다. 입가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생기는데 이런 게 해외 생활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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