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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Sep 23. 2023

시애틀 가는 일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건...

수잔 부부와는 중간에서 길이 달라서 곳 해어져야만 했다. 해어지기 전에 명함을 주면서 시애틀에 오면 꼭 한번 들리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면서 기분 좋게 해어졌다. 그렇게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해어진 이후 시애틀로 운전을 시작하고 얼마를 지났을까? 도로 위에 행인 한 명이 히치하이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 었는지 곧바로 차를 세우고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봤다. 시애틀 가기 전까지 간다고 하길래 바로 태웠다. 태운 이유는 간단했다. 가는 방향이 같고, 현지인이라 영어공부도 되고, 혼자 보다는 둘이 더 낮다는 생각에서였다. 


가던 길을 계속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말하는 거에 신경을 너무 쓰다 보니 속도 조절이 잘 안 되었나 보다. 마을을 지나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차 하나가 우리 차량 뒤를 따라온다. 순간 표지판의 속도와 운전 속도를 보니 20km 정도 차이가 나 있었다. 아뿔싸!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마음 졸이면서 운전을 계속하는데, 경찰차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이는 필시 차를 갓길에  세우라는 소리이다. 영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저하지도 않고 바로 갓길에 차를 새웠다. 몇 분이 지났을까? 우리 차 뒤에 경찰차는 같이 정차를 하였고, 차량 가까이로 어느새인가 와있었다. 운전면허증과 차량등록증을 달라고 하여 바로 보여 주었다. 경찰의 허리춤에는 언제든 발사가 가능한 총이 실탄이 장전된 채로 그 모습을 당당히 뽐내고 있었다. 뉴스에서 많이 봤다. 불응 시 바로 총을 발싸하는 미국의 경찰 형님들 모습을. 천천히 살피더니, 이내 나에게 교통딱지를 줬다. 가격은 $180. 그 가격을 보고 나니 머리가 띵 했다. 차 구매 및 1차 수리비로 나간 돈, 앞으로 나갈 여행 경비, 혹시 몰라서 남겨둔 차량 수리비를 빼고 나면 돈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 거기에 $180이 한순간에 그냥 날아가 버린 것이다. 경찰에게 잘못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양해를 구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앞으로 조심하라고 말하더니 바로 본인 차로 간다음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경찰이 가자마자 드는 안도감도 잠시, 멍한 상태에서 이것저것 생각을 해봤다. 내가 왜 표지판을 보지 못했는지, 앞으로의 남은 여행길에서 얼마나 더 허리띠를 조여야만 할지. 그리고 이번 여행을 위해서 몇 달 동안 접시를 몇십만 개나 주방에서 닦았는지, 50kg 넘는 돌들을 나르던 순간, 한 달 동안 벽에 칠해져 있는 페인트들을 하루 8시간식 손으로 일일이 벗겨내던 생각도 들었다. 모든 노력들은 이 여행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작이 즐겁지가 않다? 그럼 이번 여행은 망한 건가? 별애별 생각을 다했다. 그러다가 화살은 옆좌석에 앉아있는 히치하이커에게로 향했다. 애초에 태우지를 않았으면 전방주시를 더 잘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다짐했다. 혀행이 끝나는 날까지 다시는 히치하이커를 태우지 않겠다고. 옆좌석에 앉아있는 친구는 미안했는지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나의 마음은 정해졌고, 이 친구도 어느 정도 눈치는 알아차린 것으로 보인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운전을 하면서 여행길을 계속 나아갔다. 이동하면서 옆좌석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나 혼자 가야 할 거 같다고 얘기했다. 금방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바로 알겠다고 하면서 다음 마을까지만 같이 이동하고 거기서 내려달라고 말했다. 금방 수긍을 하는 친구라 다행이었다. 얼마 더 안 가서 다음 마을이 나왔고 해당 마을에서 이 친구를 내려줬다. 그리고 다시 시애틀을 향하여 운전을 계속해나갔다.


그 친구를 내려놓고 혼자 가는 길, 아쉬움보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아마도 나는 아직 타인에게 나눠주는 것에 대한 넉살이 부족한 것인지, 혼자 운전하는 이 기분이 이렇게 해방적이라는 건 처음이다. 어떤 준비와 노력을 했다고 하더라도 돌이켜보면, 그건 다 내 잘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탓을 돌리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머리로나마 깨닫게 된다. 처음부터 운전에 좀 더 신경 쓰며 하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아직 가야할 여행은 한참 남았으니까. 다음에는 나 자신이 더 조심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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