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오왠(O.WHEN)
참고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읽어 본 적, 아니 직접 손으로 만져 본 적도 없습니다. 때문에 '아프면 환자겠지 무슨 청춘이냐'는 말을 들으면 너무나 당연해서 고개를 끄덕일 뿐 책의 제목과 내용에 얽힌 조롱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어떤 글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세요!'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먹고살만해진 누군가는 과거의 고난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으라고 조언합니다. 비록 가능성이기는 하지만 미래에는 힘든 기억들이 분명 추억이 되고 '더 성숙한 나'의 자양분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 아닙니까? 지금 이 순간, 힘들 때는, 그냥 힘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조언이나 위로에 굉장히 조심스러운 타입입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소신껏 하는 조언이 소위 말하는 '꼰대질'처럼 보일까 봐 겁나요. '나도 힘든 일 있었는데...'는 간혹 '야, 그 정도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야!'처럼 들릴까 봐 겁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보통은 그냥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맞은편, 또는 옆자리에 앉아 잠자코 듣습니다. 최대한 귀 기울여 듣고 맞장구치며 '나 지금 네 얘기를 듣고 있고, 네가 왜 힘들어하는지 알 것 같아' 정도만 표하고는 하지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대방에서 먼저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를 묻기를 기다립니다. 또는 먼저 나의 생각을 얘기해도 될지 물어보곤 합니다. 상대방은 새로운 조언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힘들다'는 사실을 들어주고 알아줄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르니까요. 누군가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힘든 이유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근데 가끔은 내가 힘들다고 얘기할 친구, 들어줄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없어서 서러울 때가 있잖아요(예를 들면 늦은 새벽). 제가 주로 새벽에 쓸 데 없는 걱정과 근심이 많아져서 힘들어하고는 하는데요. 그런 늦은 시간에는 누굴 붙잡고 힘들다고 얘기하기 힘들죠. 어딘가에 막 "나 힘들어요!" 하고 소리치고 싶을 때. 그럴 때 나 대신 울부짖어주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울부짖는다기엔 너무 감미롭나요?
카페에서 우연히 처음 들었을 때는 분명 '혁오 밴드'의 신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방영된 EBS 헬로루키 심사평에서도 다른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 '혁오'라는 큰 벽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더군요. 이것저것 안 가리는 막귀지만 상당히 닮아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큰 대수일까요? 잠이 오지 않을 때 들으면 '그래 잠이 안 와도 괜찮아' 하며 듣기에 좋은 곡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노래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어 EBS 공감에서 헬로루키로 참가하셨고, 저도 티켓을 신청해 당첨되어 라이브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타 코드를 잘 몰라서 공부하고 계시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네요. 작사와 작곡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일인가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대여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보다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가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