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부천은 경찰 생활의 파라다이스로 소개받았다.

우리만 죽을 것 같이 힘든것은 너무 억울해서.

by 별하

경기도 부천은 나에게는 이유야 어떻든 인연이 있는 도시다. 부천이란 곳을 전혀 모를 때다. 2001년 중앙경찰학교 제140기로 신임 경찰관 교육을 받았다. 경찰 교육생은 교육을 마무리할 때쯤 자기가 응시한 지방청 관할인 근무하고 싶은 경찰서를 지원한다. 많은 교육생들이 이 기간에 머리를 굴리면서 온갖 카더라 통신을 이용한 정보를 공유하며 고심에 차는 시기다. 일을 배울 것인가, 같은 월급인데 편한 데로 갈 것인가 하는 그런 고민들.


사회생활을 하다가 1997년 IMF사태로 인해 하루아침 실업자가 된 나를 포함한 많은 동기들, 또는 직업은 있으나 젊은 사람으로 세대교체가 빠른 직업군에 있는 사람, 평생직장으로 있기는 힘든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 경찰 공무원으로 합격을 했던 IMF 경찰 세대가 우리다.


이때 사회에서 컴퓨터 AS수리를 하다가 온 친한 형님이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우린 경기청 소속(당시 경기남부청과 북부청으로 나눠지기 전이니까)이니까 평짜 돌림으로 신청하는 게 낳을 것 같은데, 가평, 양평, 아님 남양주나”


“그럴까”


이렇게 고민을 한참 하고 있는데 나와 광주광역시 동구에 있는 최초 경찰 전문고시학원인 '호남 고시학원'의 초창기 멤버 중에 중앙경찰학교 제137기로 합격해서 이미 일선에서 근무하는 친한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디 지원했어”


“나 가평이나 양평, 아님 남양주로 가볼까 하는데”


“그곳들은 엄청 힘들어, 경기권에서 파라다이스는 부천이야 이곳으로 와, 우리가 다 터를 닦아놨어”


“그래 정말이야 알았어”


나는 악마의 속삭임이 얼마나 달콤한지를 이때 알았다. 그냥 지인들이 말한 부천을 지원했고, 정말 신청한 데로 부천중부경찰서 (현재는 부천 원미경찰서)로 발령을 받았다. 와우 광주광역시에서만 살다가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를 잠시 거쳐 부천에 갔는데 정말 “휘영청 밝은 달”이라는 노래가 절로 나오는 화려한 도시였다.


부천중부경찰서에 신고식을 마치고 난 후, 미리 부천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이 머무르는 부천 심곡동에 있는 어느 허스름한 고시원에 나도 방을 잡았다. 집을 얻는 몇 달만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보다 먼저 고시원에 터를 잡고 사는 지인들 모두가 다들 경찰 생활하기 전에는 부천 구경을 해보지도 못한 전라도 촌놈들이었으니까.


물론 나는 고시원에 함께 머무르는 다른 전라도 촌놈들과 달리 자가용이 있었지, 그것도 국민 승용차 아반떼. 그래서 고시원 1층 현관 앞 이면도로에 주차를 해놓고 지인들과 술로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발령받은 파출소로 출근하려고 나의 애마인 아반떼에게 가보니.


“워매 내 차 좌측 빽미러 어디 갔어”


내 애마의 좌측 귀, 즉 빽미러가 어디로 가버렸다. 주차하기 전에 붙어있던 내 애마의 좌측 귀.


어쩔 수 없이 좌측 빽미러 없이 차량을 운전해서 발령받은 파출소로 출근해서 근무는 시작했다. 정말 부천이라는 지역이 새로 온 경찰관에게 신고식을 톡톡히 맛보게 해 주었다. 이후에도 내 소중한 아반떼의 좌측과 우측 빽미러가 몇 번 몸통에서 떨어져 나갔다. 다행히 내 차량 빽미러는 전동식이 아니 수동식이어서 금전적으로는 다행이었다. 지갑이 얇은 순경에게는.


137기 지인들에게 왜 부천을 소개했냐, 나를 이곳으로 부르기 위해 작전 짠 사람 죽일 거야라고 술을 먹으면서 웃으면서 말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유를 들어보니. 참 황당했다.


“우리만 힘든 데에서 일하는 것도, 우리만 이곳에서 죽을 수 없어서, 너무 억울해서”


나보다 부천에 먼저 간 악마의 탈을 쓴 그들, 전라도에서 올라온 촌놈 몇 명이 나보다 먼저 그곳에 가서 피똥 쌀 정도로 힘든 게 억울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단다. 내가 온다고 했을 때 얼마나 웃으면서 그들의 스트레스를 풀었을까.


그래서 나도 작전을 짰다. 나도 억울하니까. 그래서 나보다 뒤에 합격한 같은 학원 지인이면서 고등학교 후배를 부천으로 끌어들였지. 나도 혼자 죽기는 억울해서.


어쨌든 전라도 촌놈 경찰관들에게는 부천은 참으로 스펙터클한 지역이다. 서울 외곽순환도로에 바로 진입을 하면 서울 어디에나 갈 수 있고, 바로 인천이 옆에 있어서 교통편은 정말 최고다. 그래서 날치기 아저씨들도 많이 찾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당시 부천중부경찰서는 전국에서 112 신고율 1위, 강력사건 1위, 특진율 1위였다. 그리고 당시 'VJ특공대'라는TV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연말이 되면 불륜커플이 잘 가는 나이트클럽이 소개될 때 부천에 있는 나이트클럽은 빠지지 않고 나왔던 것 같다. 이렇듯 경찰 생활하기에는 정말 끝내주는 지역이었다.


물론 경찰이 아닌 일반적인 남자에게도 최고인 지역이다. 저녁에 1차로 술을 마신 후, 2차 3차는 고민할 게 없다. 밖으로 나오면 갖가지 네온사인이 어서 오라고 손짓해주니까. 노래방인지 노래 빵인지 헷갈리게 간판이 있어서 찾아간 손님 그리고 바가지요금. 그래서 112 신고로 출동하는 그런 곳.


여자에게도 최고인 지역이다. 쇼핑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 부천역에 있는 이마트는 어마 무시하게 손님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니까. 그래서 부천역 일대는 신고도 많다. 유동인구가 최고니까.


지금 나는 다른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부천이 내 초임지이고 또 마음이 편안해지는 친정집과도 같은 그런 곳이다. 내 둘째가 아들인데 부천이 출생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따뜻하다. 그리고 5년간 살았던 부천.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나는, 제2고향과도 같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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