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셀프 감옥은 매일 같은 것 같지만 뭔가 모르지만 다르다.
어제의 날씨는 차가웠고 오늘 날씨는 포근하다 그렇지만 미세먼지가 가득해 밖을 돌아다니기 힘든 그런 날이다. 하루하루 다른 날씨다. 하루하루 삶도 변덕쟁이 날씨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제의 삶과 오늘의 삶은 다르다. 그런데 차이를 잘 모르겠다
이것저것 가진 것 없는 50대 남자의 삶.
나를 아는 친구들은 내게 병신 같은 놈이라고 욕 하지만. 대단하다고도 한다. 물론 비아냥일 수도
어느 누구를 상대로 계산기 두드리며 껍데기를 홀라당 벗겨먹을 정도로 악랄하지 못하다 보니.
내 껍데기가 벗겨졌다.
유책사유 있는 사람에게, 그래도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그녀가 원하는 것 다 줬다.
처음 만날 때 너무 좋았던 그때, 그리고 함께 살았던 그 시간, 그래도 고아같이 혼자 살던 나를 선택해 함께해 줘서,
물론 함께 사는 동안 천국 같은 시간보다 지옥 같은 시간이 많아 혼자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떠나보낼 때, 내껍대기가 벗겨지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하고,
누군가와 한판 붙어도 내 편이 없었던 나는 어려서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내 그리고 무식할 정도로 참을성으로 살아왔다. 아니 그냥 못 본 척 참았다. 사고 치고 나서 누군가로부터 호로자식이나 애비애미 없는 놈이라는 소리 듣기 싫었다.
누구에게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내 마음의 저금통에 쓰레기 같은 감정 꼭꼭 주어 담았다. 그리고 저녁에 혼자 처음처럼 마시며 초심으로 가자는 헛 지랄도 해보고, 이슬처럼 깨끗하게 인생 정화해 보자라며 참이슬도 마시면서 그리 세월을 흘려보냈다.
그래도 아침은 오고, 인생은 계속 주어진다. 그리고 하루하루 억지로 정산 마감하듯이 저녁에 잠을 잔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별로 없다. 그런데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달려간다. 물론 알 수 없는 미래지향적으로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는 안정적인 직장과, 퇴직연금도 매달 적립되고, 퇴직 후 전문직종으로 올라탈 수 있는 나만의 무기도 나름 몇 개 준비되어 있는데.
그런데도 뭔가 꺼림칙하게도 출소를 하지 못하는 알 수 없는 이유가 있는 듯 갇혀있다. 답답하다
며칠 전 점심을 함께 먹던, 혼자 사는 40대 후반의 머시마에게 물었다.
"사랑이 뭔지 알아"
"사랑이요, 나에게 뭔가를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나를 케어해 줄 수 있는"
"야 그건 사랑이 아니고, 선생님을 찾는 거고, 너도 사랑을 모르네, 그러니 이런 좋은 날에 나와 이렇게 밥을 먹고 있지"라고 말하며 서로 뻥 쪘다. 사랑도 모르는 두 중년의 머시마.
많은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이 뭔지 진정 모르겠다. 나도 한때 사랑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알고 말했던 것 같지는 않다. 과연 사랑이 뭘까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까라는 의문점이 어설프게 든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10년 전에도 그랬다.
쉬는 날에 항상 습관처럼, 큰 행사나 선약 없으면 항상 내 몸은 내 사무실 내 의자에 걸터앉아 있다. 이곳이 내 감옥일까. 출감되는 날까지 나는 항상 회귀하듯 나도 모르게 앉아있을까.
억지로라도,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출소해 자유롭고 싶다. 그런데 해본 적 없어서 할 줄 모른다. 돈 있어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있고 돈 없어도 쓸 줄 아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냥 쓸 줄 모른다. 써본 적 없어서.
현찰 천만 원을 항상 지갑에 가지고 다녀도 1년 정도 항상 그 상태다 이자도 붙지 않은 상태로.
내가 만든 감옥에 갇혀 있어서일까. 물질적 소유욕이 별로 없어서, 50대의 남성들이 벤츠 S클래스, 벤틀리, 제네시스 g80 등등 멋지게 중형차를 몰 때, 같은 50대인 난 경차를 몰고 다닌다. 그런데 하나도 쪽팔리지 않다. 아마 물욕이 크게 없어서일까. 왜일까. 수수께끼다. 욕심 없어서 다 퍼주고 지금은 그냥 마음만 편한 새끼가 돼버렸다.
이젠, 벗어나고 싶다.
내가 만든 셀프 감옥에서 출소하기 위해 일어나고 싶다.
그런데 출소하기 무섭다.
세상 사는데 별로 재미도 느껴본 적 없고,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고,
행복 또한 뭔지 잘 모르겠다.
사랑 찾아, 행복 찾아, 뭐 이런 관념적인 것을 버리고 살자라고 수년 전부터 생각해서인지, 그리 마상을 입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사랑과 행복이 뭔지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다. 사랑이 뭔지 행복이 뭔지를,
오늘 이 시간에도 나는 내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다.
어느 누구도 없는 건물에 딸랑 나 혼자 있다.
마치 이 건물 지박령처럼.
오늘도 내가 만든 감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 본다.
그리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