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확진, 168시간 체험 수기

#51세의 남자의 체험

by 별하

코로나가 창궐하고 난 이후, 근무 특성상 매일 같이 간이 키트를 이용해서 확인하고,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면서 지냈다. 그래서 구호물품을 지급하는 시기에는 전혀 코로나라는 녀석이 나와 공성전을 펼치면서도 나는 잘 버텨냈다.


그런데. 아뿔싸. 마침내 내 성은 무너졌고, 코로나 19에 무너졌다.


2022. 3. 8. 충주보건소에서 코로나 pcr검사를 진행하고,

2022. 3. 9. 확진되어 7일간 격리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제부터 나의 7일간 방콕과 방글라데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낸 재미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날 2022. 3. 9. (수요일, 대통령 선거)

아침에 일어났다. 항상 일어나던 아침 5시경에 눈을 떴다. 그러나 나갈 수가 없다. 내가 격리되어 있던 곳은,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제공해준 관사였다. 관사는 1984년도에 지어진 12평 정도 되는 조그마한 5층짜리 아파트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하던 면도, 그냥 안 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수염이나 한번 길러볼까 하고, 앗싸라비야.


그러나 첫날이어서 인지, 머리가 핑핑 돌면서 두통도 있고, 인후통도 와서 목이 따끔거리고 마른기침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잘 때 누군가가 와서 내 몸을 발로 수없이 밟았는지 욱신거려서 움직이기가 귀찮아졌다.


아무도 내 안부를 지켜줄 수 있는 가족 하나 없이, 나는 완전히 혼자 격리가 시작되었다.


난 다행히 사전투표를 했기 때문에 오늘 투표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인가.


누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궁금했지만 몸이 피곤해서 내가 투표한 사람을 응원하면서 그냥 잠을 잤다.


둘째 날 2022. 3. 10. (목요일)

아침에 일어났다. 눈을 떠서 휴대폰 시간을 보면 항상 아침 5시. 아픈 와중에도 눈을 자동으로 떠지네.


누가 대통령이 되었지 하고 TV부터 작동을 했다.

채널마다 온통 당선자에 대해 환호성의 장면이 나온다. 와우......


응원을 했던 사람이나 응원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살만한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당선자에게 이제 5년이라는 대한민국의 시간을 맡겨야 하지 않나. 그래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살 수 있고 노력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응원을 해본다. 결과는 결과니까


그리고 나는 또 생각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면 성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책을 보면, 부자나 성공을 하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라고 하는데, 나도 한 시간 당겨볼까 하고, 그러나 몸에 베인 습관은 5시에 눈꺼풀이 떠지게 세팅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첫날보다 머리는 띵하고 아프고, 두통은 심해졌다. 목도 건조하고 따끔거림도 더 잘 느껴지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잠을 잘 때 누군가가 몰래 들어와서 내 몸을 짓밟고 간 것 같이 온몸이 욱신 거린다. 다행히 병원에서 몸살감기용으로 처방받은 약이 있어 다행이다.


수염이 첫날보다 조금 더 자랐다. 그런데 사극을 보면 수염이 모두 진한 검정인데. 나는 검정과 흰색이 많이 섞였음을 보고, 시간의 흐름에 서글픔이 느껴진다.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상냥하지만 많이 지친 느낌이 드는 여자분이었다. 7일간 자가격리 대상이라고 하면서 감영병위반법 어쩌고 저쩌고 한다. 전화 끊기 전에 물어보았다.


나 : 구호물품 나오나요 (구호물품 오면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데. 신난다)
보건소 : 하루에 확진자가 수십만 명이 나오니까 구호물품은 이제 안 나옵니다.
나: 저 혼자 지내는데, 어떻게 하죠, 먹을 것도 없는데, 회사에서 제공한 관사라. 나가서 사 와야 하나요
보건소 : 안됩니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잖아요.
나 : 오 마이 갓 (걸리려면 구호물품 나올 때 걸렸어야 하는데. 젠장)


구호물품도 나오지 않는 서글픔 속에서, 둘째 날이 기울어지고 있다.


셋째 날 2022. 3. 11. (금요일)

오늘은 욱신 거림이 더욱 심해져서 인지 눈을 떠보니 아침 7시가 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하는 나의 루틴, 바로 양치질,


아침 공복에 물을 마시기 전에 중요한 의식처럼 치약을 묻힌 칫솔로 입안을 상쾌하게 양치를 한다. 그리고 다시 소금으로 양치를 한다. 소금기가 담긴 상태에서 입안에 가글을 해서 목도 청결함을 유지해준다. 그리고 공복에 물을 마신다.


셋째 날이어서 인지 더욱더 아픔이 진해졌다. 약을 7일 치 처방을 해와서 그래도 조금은 났다.

나는 넷플릭스를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셋째 날부터 넷플릭스의 바다에서 헤엄을 쳐보기로 했다.

미스터 선샤인도, 갯마을 차차차도, 나의 아저씨도 다시 한번 기웃거리면서 봐본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간다. 수염이 더욱 자랐다. 구레나룻까지 연결이 되지 않아 입 주변에만 수염이 났다. 그래도 털북숭이는 아닌 것 같다.


외국 영화를 보면 수염이 굉장히 뻣뻣하고 따끔거릴 것 같은데, 내 수엽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마치 한지에 먹물로 글을 쓰는 붓의 수염처럼..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흐려졌다. 산불은 계속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데. 이럴 때 비가 와야 멋지다는 환호소리를 들을 텐데. 빨리 비가 왔으면 하는 마음을 한가득 가슴에 품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냥 누워있어 본다.


일어나서 뭔가를 먹고, 치우고, 다 귀찮다. 그냥 오늘 자체적인 라마단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넷째 날 2022. 3. 12. (토요일)

아침 8시에 눈을 떴다. 사람은 시간에 길들여지는 것 같다. 눈을 빨리 떠도 갈 곳 없는 쇼생크에 몸이 묶인 나는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는 것 같다.


오늘도 TV 모든 채널에서는 차기 대통령에 대한 일정이 줄줄이 나온다. 잘할 것도 같지만 불안하기도 하다, 물론 대통령은 만능이 아니고 신도 아니기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주변에 훌륭한 사람들이 정말 자신의 이권만 생각하는 게 아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쓴소리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 포진하길 바랄 뿐이다.


내 직업이 대통령 명령에 목숨도 내놓아야 하는 특정한 직업이지만,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어가길 바랄 뿐이다.


누워 있으니 별생각을 하면서 정치가 같은 생각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모처럼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괜찮은 격리이기도 하다.


세 번째 날보다는 확실히 몸이 회복되어 감이 느껴진다. 다만 머리가 띵하고 꼭 공중에 붕 뜬 느낌이 가끔 드는 것 외에는 회복을 해가고 있음을 느껴지고 있다. 조그마한 관사에 러닝머신이나 여타 운동기구가 없기에, 내 몸을 운동기구 삼아서 서서히 몸이 뾰류뚱 할 때마다 푸샵과 스쿼트를 30개씩 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시간 나고 심심할 때마다 한다.


잠을 자기 전까지 몇 번 했지라고 생각해보니, 나름 200개 이상은 한 것 같다, 모처럼 내 가슴이 돌처럼 단단해짐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다섯째 날 2022. 3. 13. (일요일)

이틀을 단식을 했더니, 뱃살이 쏙 하고 들어감을 느낀다. 그리고 술을 계속 마시지 않았더니 몸이 정화된 느낌도 들어서 가볍게 몸을 일으킨다. 시간은 아침 9시가 넘었다. (젠장 회사 복귀할 때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


몸은 확실히 좋아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러나 머리가 약간 띵한 것은 그대로이긴 하다. 아침 루틴으로 하는 양치질을 마치고 나서, 무엇을 먹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그냥 아침은 패스, 점심때부터 먹지 하고 그냥 시간을 보내면서, 푸샵과 스쿼트를 해본다.


넷플릭스 바다에 다시 들어가 본다. 나는 서정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피 튀기고 물어뜯고 하는 영화는 별로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보다가. 오래간만에 "코쿠리코 언덕에서"라는 일본 애니를 보았다. 참 서정적이고 조용한 영화였다.


마치 내가 코로나로 인해서 조용하게 관사에서 명상하면서 지내는 그런 시간과 같다는 생각을 하고, 추억여행도 하게 했던 그런 영화였다. 모처럼 기분이 잔잔해진다.


여섯째 날 2022. 3. 14. (월요일, 마이 버스데이)

하필이면 생일날 나는 격리가 되어 축하를 받기에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 9시가 넘었고, 어느 누구도 내게 생일 축하해 라며 미역국을 끓여준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생일에 누군가의 축하를 받으면서 케이크를 잘라본 게 10손가락 안에 든다. 거의 절반은 사무실 직원이 챙겨준 것이기도 하지만.


물론 아들과 딸은 오후 늦게 전화가 올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선물이야라는 말을 하면서 축하한다고 립서비스를 할 테니, 그래도 아들과 딸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


그래도 생일이니 미역국은 먹어야 하지 않나. 생전 처음으로 배민 서비스를 이용해서 바지락 완도 미역국과 낙지죽을 주문을 했다. 점심시간에 도착할 수 있게 시간을 두고 시켰다.


역시 대한민국은 참으로 살기 좋은 나라다. 돈만 있으면 멋진 나라이지 않나, 돈이 없으면 괴롭겠지만. 그래도 나는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는 능력이 됨에 감사함을 느낀다.


생전 처음으로 시켜먹는 것이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내 스스로 머리와 어깨를 톡톡 때리면서 생일 축하해라고 말을 해주었다. (참으로 혼자 놀기 잘하지 않나 ㅋㅋ)


나 : 엄마, 출산 기념일 축하해
엄마 : 뭐 출산 기념일?
나 : 엄마가 오늘 나를 낳았으니까 출산 기념일이지
엄마 : 하하하. 그래 언제 내려올 거냐, 내려오면 내가 맛있는 것 사줄게
나 : 알았어요, 어디 돌아다니면 안돼요 코로나가 심하니까
엄마 : 그래 알았다.


엄마와 간단한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나는 매일 아침 9시 30분경에 시골에 사시는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그냥 한다. 그래서 서로 목소리를 듣고 하루를 시작하니까. 엄마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서로 걱정이 되니까, 연세도 있으셔서.


칠일째 2022. 3. 15. (화요일, 출근하는 날)


오늘은 드디어 격리가 해제되어 출근을 하는 날이다. 비록 몸은 80%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약간 머리가 핑하기도 하고 붕 떠있는 느낌도 든다.


코로나에 확진되면 부작용으로 미각을 잃고 후각을 잃고 한다고 하는데, 나는 부작용을 받아야 한다면 이것을 주세요 하고 기도를 했었다.


아이큐 150 이상으로 업그레이드시켜주시고요, 한번 공부를 하면 잘 잊지 않고 이해가 바로 오는 그런 뇌구조로 튜닝이 되는 부작용으로 주세요, 아 그런다고 종양 같은 것은 선택하지 않고요, 그냥 기본 사양으로만....


어떻게 내가 원하는 부작용이 올지를 나는 기다려 본다.


그래도 출근함이 너무 좋다. 출근을 해야 사람이 산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7일간 격리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코로나 PCR 검사를 받는 당일은 격리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사실상 격리를 시작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찌 보면 나에게 주어진 코로나 격리의 시간 168시간은 2022. 3. 8.부터 시작이었을 것이다.


모처럼 내 스스로 조그마한 공간에서 생전 처음으로 유일하게 혼자서만 지내면서 혼자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귀중한 시간이었음은 부정하지 않겠다. 너무 좋았으니까. 살아있음을 느끼게도 하였고, 내가 출근할 수 있음에 고마움도 알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격리 기간도 계속 자라났던 내 수염은 정말 부드러운 수염이었구나라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안녕 출근할 때 수염을 기른 채로 갈 수는 없으니까 이해해줘.


미안해, 안녕, 내 부드러운 수염아...


지금도 시간은 계속 흐를 테고, 나는 계속 살아갈 테니, 앞으로도 파이팅을 외쳐본다.




* 위 사진은 네이버 이미지 파일에서 다운받은 것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