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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사는 투칸 Nov 01. 2021

라떼파파 스웨덴 남자의 육아휴직 로망

일본의 육아휴직 제도와 쉽지 않은 아빠의 육휴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우선적으로 알아본 것 중 하나가 바로 육아휴직에 대한 것. 나는 출산 후에도 일을 그만둘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상태이고(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것은 각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휴직은 아주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육아휴직 시스템은?

일본은 기본적으로 산전산후 휴업+육아 휴업이라는

형태로, 아이의 만 1세 생일이 되는 날까지가 기본적인 육아 휴직의 형태이다.


산전산후 휴업과 육아 휴업은 기본적으로 무급 휴업이나, 대신 그 기간 중 고용보험에서 출산수당과 육아 휴업 급부금이라는 걸 받을 수 있다.


산전산후 휴업은 출산예정일을 기준으로 산전 6주+산후 8주. 산전산후 휴업이 끝나면 육아 휴업으로 전환되고 아이가 만 1세 생일이 되면 휴업기간이 끝난다. 다만, 아이가 만 1세가 되는 시점에 보육원 입소를 하지 못한다면 반년씩 2번 더 연장할 수 있으나, 연장 기간 중에는 받을 수 있는 육아 휴업 급부금이 적어진다.


다만,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사용 가능한 육아휴직 기간이 2개월 늘어나는데, 육아 휴업 급부금이 맥스로 나오는 게 휴업 후 6개월까지고 그 후로는 줄어들기 때문에, 부부가 6개월씩 나눠 쓰는 게 가장 이득이라고 한다.




육아휴직은 스웨덴 남자에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문제였는데, 그는 아이가 생기기도 전부터 육아휴직을 쓸 것이라는 의사를 강하게 표시해왔다. 그는 유모차를 끌고 카페테라스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라떼파파 로망을 실현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그의 로망 덕분에 우리는 누구보다 빨리 유모차를 샀다


사실 스웨덴에서야 아빠의 육아휴직은 당연한 것이다. 그와 연애시절 스웨덴에 몇 번 방문했을 때도, 평일 오후에 아빠들이 유모차를 밀며 거리를 걷는 모습이라던지, 공원 벤치에 모여 앉아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는 모습을 목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사회에서 나고자란 그에게 육휴는 옵션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시아권, 특히 일본에선 여전히 아빠의 육휴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는 그의 라떼파파 로망이 기꺼운 한편 걱정도 되었다. 그의 로망이 로망으로만 끝나버릴 가능성도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일본에서 기업 경영자, 매니저 레벨을 대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예상대로 아주 부정적인 의식으로 점철된 내용이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남성의 육아휴직을 촉진할 예정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 심지어 1/4 정도는 아예 남성의 육아휴직 취득을 ‘반대’한다고 응답하기까지 했다.



이런 마당에 스웨덴 남자가 자국에서 일하는 다른 아빠들처럼 쉽게 육아휴직을 취득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회의감부터 밀려오는 게 당연했다.




설령 육아휴직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대부분의 양육이 엄마 중심으로 이뤄지는 일본에서 아빠가 혼자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일례로 얼마 전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관공서에 마련되어있는 유아휴게실(ベビールーム)의 많은 수가 ‘여성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남성 출입에 민감할 수 있는 공간인 수유실은 유아휴게실 안에서도 별개의 방으로 나눠져 있어 내부를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아휴게실 전체가 여성 전용 구역으로 지정되어있어서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아빠들은 아이의 기저귀를 갈거나 수유를 할 공간을 찾지 못해 난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고.



기사에 따르면 남성 출입이 가능한 유아휴게실은 전국에서 고작 18%. 육아하는 아빠들은 외출도 하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건지, 참담한 수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각 지역의 아동, 육아 지원 센터에서는 육아하는 아빠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것. 육아하는 아빠들끼리의 교류회라던지, 선배 아빠들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온라인 모임을 개최하는 등, 육아에 적극적인 20~30대 젊은 아빠들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조금씩이나마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부모교실에서 나눠주는 파파북. 이 날 부모교실에도 모든 참가자가 부부동반으로 참가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2월 출산 후 9월을 기점으로 육아휴직을 바통 터치하기로 잠정 결정한 상태이다. 물론 보육원 입소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의 육아휴직 기간이 짧아지거나 최악의 경우 육아휴직을 못하게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반년씩 나눠 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다행히 직장에서도 그의 육아휴직 취득에 대해 긍정적이라, 그의 라떼파파 로망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모차를 밀면서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그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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