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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빵집 May 18. 2018

스타트업에 조인하다

스타트업에 조인했다.


주위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큰 변화를 주는 결정을 했는지 놀라워하지만, 사실은 그다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뭘 먹을지 어딜 갈지같은 중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결정장애에 가까운 소심함이 있지만, 결혼을 하고 회사를 옮기는 것같이 비교적 중대한 것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했다. 내가 받은 느낌을 믿기에 가능한가 보다.


조인한지 일주일째. 

처음엔, 내가 나이가 많아서 기존 멤버들과 위화감없이 잘 지낼수 있을까 걱정했고,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꼰대노릇을 하지않도록 조심해야지 싶었다. 일단 말도 줄이고 온유한(척이라도...) 모습을 보이며 조용히 적응해야지 하고 말이다.  자칫 열정넘치고 자기 분야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젊은 스타트업 멤버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좋지 않을 것니까.


그런데 의외다.  일단 조용히 관찰을 하려고 했던 내 계획따윈 가는 세월에 날려버리게 되었다. 한명 두명씩 나에게 손을 내민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란다. 자기 이야기인즉은, '이러이러하게 업무를 하고 있고 앞으로는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하고 싶은데, 이렇게 하는게 과연 맞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라는 것이다. 응? 의외인데? 젊은 열정이란게 으례 다들 자기 잘난맛에 자기가 하는게 무조건 옳으니 잘못될때 잘못되더라도 일단은 간섭받고 싶지 않아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젊은 멤버들로만 구성된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려면, '검증을 통한 자기확신의 강화'를 일상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내가 왕년에 말이야식의 꼰대노릇을 하는 선배들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험이라는 것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비단 성공경험뿐 아니라 실패경험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먹어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류가 아니라고 한다면, 타인의 경험을 체득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자신감은 필수이지만, 스스로는 '내가 틀릴수도 있다'는 생각로 검증하고 수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바로 스타트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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