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의 이야기
당신이 기억을 잃었다고 들었을 때,
나는 한참을 울지도 못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어디까지 잊었는지,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거든요.
처음엔,
그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이
너무 낯설었어요.
그런데…
그 눈동자 속에 담긴 공허함이
왠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졌어요.
나는 당신에게
“여보”라고 부르는 걸 주저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내가 그 말을 멈추는 순간,
우리가 사라질까 봐 겁이 났거든요.
당신이 날 기억하지 못해도
나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손잡던 습관,
말을 고르던 표정,
늦은 밤 웃음 터졌던 순간들.
나는 그걸 지우지 못했어요.
아니, 지울 생각조차 없었어요.
당신은 내게 물었죠.
“내가 어떤 사람이었냐”고.
그때 나는
기억 속 당신을 꺼내기보다,
지금의 당신을 기다리고 싶었어요.
기억은 언젠간 돌아올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마음이 먼저 돌아와야 하거든요.
요즘 당신은
예전보다 훨씬 자주 웃어요.
커피도 먼저 내려주고,
함께 걷자고 먼저 말해줘요.
나는 가끔 혼자 생각해요.
기억을 잃은 당신이,
오히려 나를 더 사랑하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욕심내지 않기로 했어요.
과거도, 미래도.
그냥 오늘 하루,
지금의 당신이 내 옆에 있다는 걸
소중히 여기기로요.
기억은 당신에게서 떠났지만,
사랑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당신도 그것을 알아가고 있다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어요.
당신이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나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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