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나도 나를 몰랐습니다

by 김준




밤이 깊었다.
창밖은 고요했고,
방 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책을 펼친 채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나는 거실에 나와
조용히 앉았다.
불은 켜지 않았고,
커튼 사이로 스며든 가로등 빛만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단 건,
기억이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아껴주지 못했던 시간들,
무심했던 말투,
피곤하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감정들.


그녀는 나를 기다린 게 아니라,
참아준 거였다.


나는 조용히 안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만,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침대 옆에 앉았다.



“당신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씩 떠오르고 있어요.”



그녀는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기억이 돌아오고 나니까,
내가 더 미워졌어요.
그런 사람이었단 게… 참…”



목이 메었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그런 나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꼭 잡았다.



“나도 몰랐어요.
내가 당신을 그렇게 아프게 했다는 걸.”




“기억이 없을 땐,
당신이 왜 그렇게 조심스러웠는지 몰랐고,
기억이 돌아온 지금은…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겠어요.”



그녀의 눈가가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내 손을 감쌌다.


“미안해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나를 몰랐던 시간보다,
당신이 나를 견뎌낸 시간이 더 길었죠.
이제는…
내가 당신을 알아갈 차례예요.”



그녀는 작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나는,
지금 당신이 좋아요.”





기억은 과거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녀의 말 한 마디는
지금의 나를 살게 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정말 사랑이란 걸 배워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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