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걷기로 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녀가 늘 산책하던 동네 골목을,
나도 같이 걸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예전에도 이렇게 걸었어요?”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당신은 잘 걷지 않았어요.
퇴근하면 피곤하다며 그냥 소파에 앉았죠.”
나는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내 어깨를 슬며시 그녀 쪽으로 기울였다.
담장 위에는 이름 모를 덩굴이 자라고 있었다.
골목 어귀 작은 가게에서
달그락, 그릇 닦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그녀가 함께 있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벅찼다.
“당신이 나랑 걷는 건 처음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지만,
늘 혼자 걸었던 길이기도 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처음엔 놀라는 듯했지만,
그녀는 이내 손가락을 엇갈려 잡아주었다.
걷다 보니
작은 공원이 나왔다.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다.
우리는 그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그녀가 말했다.
“사실… 오늘 당신이 이 산책을 하자고 했을 때,
조금은 놀랐어요.”
“기억이 돌아온 건 기뻤지만,
그 기억이 당신을 멀어지게 할까봐 겁났거든요.”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럴 수도 있었죠.
하지만 이상하게…
기억이 돌아오고 나니까,
당신이 더 가까워졌어요.”
침묵.
그러나 그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편안함으로 채워졌다.
멀리 아이들이 뛰어놀고,
햇살은 벤치에 그림자를 길게 그렸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다음엔,
내가 먼저 걷자고 말할게요.
매번 당신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되도록.”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은,
같은 방향을 보고 걸어가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이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처음처럼, 그러나 더 단단하게.
#감성소설
#브런치북연재
#다시시작하기
#산책하는연인
#기억과사랑
#두번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