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당신은, 다시 나를 선택할 수 있을까

by 김준

저녁이었다.
식탁 위에는 조용한 반찬들,
그리고 말없는 둘 사이의 공기가 놓여 있었다.

기억이 돌아온 이후,
나는 자주 망설였다.
말을 꺼낼까 말까.
그녀에게 내 죄책감을 토해낼까 말까.

하지만 그날,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이 기억을 잃고 난 후,
나는 사실 매일 일기를 썼어요.”

그녀는 서랍에서 조그만 노트를 꺼냈다.
빛바랜 표지,
매일의 날짜와 짧은 문장들.

나는 그 중 한 페이지를 읽었다.


“당신은 나를 몰랐지만,
나는 당신을 알아서 너무 아팠다.”



“그 사람을 잃지 않으려고,
나는 나를 잃어야 했다.”


나는 그 노트를 덮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울지 않았지만,
그 울지 않는 표정이 더 슬퍼 보였다.

“그때…
당신이 많이 힘들었죠.”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당신은 내게 사랑이었지만,
나는 당신에게… 습관처럼 익숙했던 사람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녀의 말은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오래된 고백처럼,
진실이 오래 쉬다 나온 목소리였다.

나는 식탁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덮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을 다시 알고 싶어요.”

그녀는 그 말을 한참 곱씹더니,
작게 웃었다.


“그럼, 이번엔…
내가 아닌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거예요.”



우리는 서로를 다시 알아가고 있었다.
기억은 과거를 보여주었고,
용기는 현재를 걷게 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내가 다시 선택한 사랑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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