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쳤다.
창밖에 젖은 나무들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베란다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무언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짧고, 흐릿한
장면 하나.
흰 벽.
그 앞에 선 두 사람.
그리고,
울고 있는 여자.
그건 그녀였다.
지금 내 앞에서
조용히 밥을 차리고,
미소 짓던 바로 그 여자.
“왜… 왜 그런 얼굴로 울고 있었을까.”
나는 눈을 감았다.
그 장면은 길지 않았다.
마치 꿈처럼,
흐릿하게 지나갔다.
그녀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우리가 싸운 적 있어요?”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이 아니었어요.
사랑한다고 해서,
매일이 평온하진 않았으니까요.”
그녀는 더 말하지 않았다.
과거를 끌어올리는 데 조심스러웠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나는 다시 물었다.
“혹시…
흰 벽이 있는 방에서
당신이 울고 있던 적 있어요?”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있었어요.
우리가 처음으로 정말 크게 다투었던 날.
당신이 나가버리고,
난 거기 서서 울었죠.”
그녀는
그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기억은 없지만
그 장면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려나 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기억은 아직 말이 없었지만,
감정이 먼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나를
그녀에게로
다시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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