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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C Aug 24. 2023

AI 시대의 책 디자인 방법

한국의 J.K.롤링이 되기 위한 과정2

(이 글은 저의 지난 이야기, <현업 데이터 분석가가 판타지 소설을 쓰게 된 사연>에서 이어집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소설을 완성한 후, 저는 텀블벅 펀딩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웹소설류가 아닌 판타지 소설을 쓰는 신인 작가는 출판사의 눈길조차 받기 어렵기에 텀블벅 펀딩을 통해 저의 가치를 입증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저 스스로도 제 소설이 제3자의 시선에서 얼마나 매력적일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저를 모르는 다른 분들이 얼마나 응원해 주실지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마치 창업가가 준비한 제품의 Product-Market Fit을 확인하고자 베타 테스트를 거치며 시장의 반응을 알아보는 것처럼요.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저는 텀블벅 펀딩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 관문은 독립 출판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텀블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출판 프로젝트들은 이미 표지와 내지, 본문 내용 등 출판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99% 갖추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표지와 내지 샘플 없이는 텀블벅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를 작성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저도 제 글을 인쇄 가능한 책의 형태로 미리 디자인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책 디자인의 경우 당연히 전문가 분들의 손에 맡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자금의 문제와(ㅠㅠ)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결합으로 인해 셀프 디자인의 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1. 표지 디자인: Midjourney AI와의 만남

책 디자인에서 해야 할 일은 우선 표지 디자인과 내지 디자인,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중 텀블벅 펀딩을 위해 더 공들여야 했던 것은 단연 표지 디자인이었죠. 내지는 잘 작성된 본문만 있다면 깔끔하게 구성을 정리하는 정도로도 마무리할 수 있는 반면, 표지는 시선을 확 사로잡을 만큼 예쁘면서도 글의 내용을 잘 담아내야 하니까요. 특히 저 자신도 책을 구매할지 말지 결정할 때 '표지 디자인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가'를 중요한 판단 요소 중 하나로 삼다 보니, 제 책을 예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매우 강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전문적인 디자이너도, 화가도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대학생 때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 등을 좀 써본 적은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도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니 아름다운 표지 그림을 뚝딱 그려낼 수 있는 실력이 저에게 없다는 사실이 더욱 자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눈을 돌렸던 것은 Open AI의 DALL·E 2였습니다. 그림을 그려준다는 AI 중에 가장 유명했기 때문에 저의 첫 시도 대상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처음에는 DALL·E가 그려주는 결과물만 해도 신세계였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를 프롬프트로 입력하면 꽤 괜찮은 그림을 출력해 주었기 때문에, 제 손으로 그리는 것보다 100배 낫다고 생각했죠.


하단의 이미지가 바로 DALL·E 2를 활용해 만든 <그림자 마법사들: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 최초의 표지 이미지입니다. 지금 봐도 나쁘지는 않지만, 제가 추구했던 [현대적이고 세련된, 그러나 어두운] 감성의 표지보다는 좀 더 동화책 같은 느낌이 되어서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DALL·E로 생성한 이미지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을 잘라서 사용했고, 그 위의 제목 등 글씨는 제가 figma를 이용해 덧붙였습니다.)

DALL·E 2로 만들었던 최초의 표지 이미지


DALL·E로 만든 표지에 아쉬움이 남았던 저는, 디자인을 더 업그레이드할 방법을 찾다 Midjourney AI라는 또 다른 생성형 AI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Midjourney AI가 DALL·E보다 덜 유명했던 이유는 디스코드 메시지를 통해서만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불편함 때문이었을 것 같은데요, 놀랍게도 Midjourney AI의 퀄리티는 제 상상보다도 훨씬 굉장했습니다. Midjourney AI는 현재 구독제로만 사용이 가능해서 저도 한 달에 $10를 지불하고 사용했는데, $10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입력하는 프롬프트마다 굉장한 고퀄리티의 이미지가 창조되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의 프롬프트 연구(?) 끝에 결국 저는 제가 원하던 대로 '모던하고, 세련되면서도 어딘가 환상적인' 느낌을 담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죠. 아래 이미지가 바로 Midjourney AI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를 활용한 현재의 책 표지 디자인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실까 하여 말씀드리면, Midjourney AI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는 구독 요금을 내고 사용했다는 전제 하에 자유로운 상업적 사용이 가능합니다.)

Midjourney AI를 통해 생성한, 현재의 표지 디자인


2. 내지 디자인: Indesign과 친해지는 과정

표지 디자인 업무를 Midjourney AI라는 고마운 친구(?)를 통해 클리어한 후, 저에게 남은 할 일은 내지 디자인이었습니다. 내지 디자인은 사실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적당히 문서 여백, 자간, 줄 간격 등을 정비하고 폰트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끝낼 수 있는데요, 저는 더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Adobe Indesign을 활용했습니다.


저는 인디자인을 처음 써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A부터 Z까지 모두 도움이 필요했지만, 다행히 정보화 시대이다 보니 인디자인 사용법도 구글링을 통해 핵심은 거의 다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강의도 굉장히 많아서 그때그때 필요한 기능 위주로 찾아들을 수 있었고, 아무래도 어도비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전에 다른 어도비 프로그램들을 사용해 봤던 경험도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직접 사용해 보니, 인디자인은 애초부터 책 디자인에 친화적인 프로그램인지라 목차나 페이지 번호 생성, 그리고 챕터 관리 등이 매우 간편했습니다. 게다가 페이지 템플릿(Parent Page)을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두고 그때그때의 페이지에 적용해서 사용하는 것이나, 문단 스타일을 여러 개 저장해 두고 활용하는 것도 아주 간편했습니다. 책이라면 챕터 첫 페이지와 나머지 페이지는 모양이 조금 다르기 마련이고, 문단 스타일도 일반 글이냐 인용이냐 회상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여줘야 하니까요.


워낙 다양한 웹사이트 및 동영상 자료들을 참고했다 보니 인디자인 사용법을 어떻게 익혔는지까지 여기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결론적으로는 독립 출판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인디자인으로 내지를 만드는 것도 꽤 추천드릴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dobe Indesign으로 생성한 내지 디자인



이렇게 해서 오늘은 제가 텀블벅 프로젝트 런칭 전, 책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셀프 표지 & 내지 디자인을 진행했던 과정에 대해 공유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인쇄 가능한 책 파일을 완성한 후에도 텀블벅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아 있었는데요, 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적어보겠습니다:)





아래가 저의 소설 출판기의 첫 시작점인 텀블벅 펀딩 페이지입니다. 저의 준비 기록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그리고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모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구경해 주세요!


https://tum.bg/Jp5J8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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