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디왈리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 HAPPY DIWALI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인을 잘 만난 덕분에 월세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짐은 딸랑 여행가방 3개지만 들고 집에 들어가면서 처음 집을 사서 이사하는 것처럼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아직 이삿짐이 오지 않아 중개인한테 빌린 침대만 덩그러니 있어 썰렁하지만 3년 묶을 집을 구했다는 안도감으로 오래간만에 발을 쭉 뻗고 잤습니다.
업무면에서도 인도에서 제법 큰 도시인 첸나이, 뭄바이, 벵갈루루 3개 도시의 경제특구(SEZ) 방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인도에 대한 이러저러한 얘기들, 다양성에 대하여 얘기만 들었는데 막상 짧은 기간이나마 지방을 돌아다녀보니 정말 다양하고, 사람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저마다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역시 현장의 중요성, 현지의 공기를 마시면서 직접 경험하고 확인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각각의 풍광에 걸맞는 맛있는 음식도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2016.12.31. KBS 연기대상에서 배우 차인표 씨가 말한 수상소감입니다. 50을 살면서 세 가지를 알았다. 첫째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둘째는 거짓은 결코 참을 이길 수 없다 셋째는 남편은 결코 부인을 이길 수 없다.라고 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고, 저도 뭔가 마지막 셋째는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절로 고개를 끄떡여지더군요.
빛의 축제, 바로 인도 최대의 축제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디왈리 축제가 바로 지난주인 11월 첫 주 5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힌두교 축제로 '왈리'의 뜻은 빛이 어둠을 이기고 선이 악을 이기고 지식이 무지를 이긴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원래 의미는 아요다 왕국의 왕자(람)가 락슈미 여신의 화신인 시따와 결혼하여 살다가 현재 스리랑카에 사는 악마인 라마다가 시따를 납치하였는데, 람이 14년 만에 라마다를 물리치고 시따를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아요다 백성들이 악마를 물리치고 왕비를 찾아온 데 대하여 빛을 밝히고 축포를 쏘면서 축하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하네요
실제 작년에는 코로나로 폭죽은 쏘지 않았는데 올해는 밤새 폭죽을 쏘고 노래 부르고 놀고 춤추고, 여기저기 시끌벌쩍... 폭죽도 저품질을 쏘아대니 주말에 자욱한 안개에 먼지 수치가 거의 600까지 올라가더군요. 문득 인도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 문양을 만들어 집을 장식하고 전통을 유지하여 즐기는 것을 보고 어릴 때 정월 대보름 날 놀았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오곡으로 밥을 하고, 찬밥으로 다섯 번 먹어야 하고 부름도 해야 하고 , 더위도 팔다가 걸리고 어른들은 윷놀이, 차전놀이도 하고 애들은 밤에 들판에 불을 놓고 장작과 관솔을 넣은 깡통을 돌리며 이웃 마을과 집단 패싸움도 하고 밥도 훔쳐먹고... 하루를 후련하게 놀았던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드왈리가 종교적 행사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문화적 행사로 공동체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각 지역마다 의미는 다르고 형식은 다르지만, 신을 모시고 빛으로 축제를 하면서 유전이 되고, 전통이 되고 역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공동체 행사를 통하여 연령, 성별을 떠나 교류의 장이 형성되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연스레 신구세대의 연결하고 소통의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문득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런 공동체 행사가 없어지면서 조직이나 사회에 대한 불안감.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대마도에서도 조신통신사 행렬 재현 축제를 계속하고 있고, 대마도에서 교토로 가는 도시마다 성대한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역사와 전통 없는 사회는 높은 빌딩 숲과 화려한 불빛이 있어도 죽은 사회라고 봅니다. 그러한 전통과 역사를 만드는 것은 바로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축제들이 현재 삶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단비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보이는 시야도 폭죽으로 얼룩진 자욱한 안갯속에 있고 보이는 것보다 마음속에 더 빽빽한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 지수가 999까지(이상은 측정불가) 가는 험한 도시에서 겨울 날일이 어렵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빛이 어둠을 이기듯이 곧 겨울을 이기는 봄이 오리라 하는 마음가짐으로 인도살이를 꿋꾸하게 헤쳐나가겠습니다.
21.11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