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을 아시나요?
크리켓을 아시나요?
인도에서 tv를 보면 같은 영상들이 반복됩니다. 야구 배트 비슷한 것으로 공을 치고 글러브도 없이 선수들은 바쁘게 움직여서 야구같은데, 가만히 보면 보면 야구 같지 않습니다. 다음 날에도 경기는 계속 이어져 방송됩니다. 이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 경기인 ‘크리켓(cricket)’ 입니다. 크리켓은 14억 인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놓고 있습니다.
‘크리켓을 위한,
크리켓에 의한,
크리켓을 통한’ 나라입니다.
스포츠가 아니고 심지어 종교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인도의 전설적인 크리켓 선수인 ‘사친 텐둘카라(Sachin Tendulkar)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힌두교 사당에서 신과 같은 등급으로 모십니다.
통상적으로 스포츠의 인기를 말할 때 선수들의 연봉, 시청자 수, 경기 중계권으로 기준을 삼고 있습니다. 선수 연봉은 현재 최고 인기를 달리고 있는 ’비라트 콜리(Virat Kohli)가 3,500만$(한화 약460억원)으로 손흥민 선수의 연봉(약 175억원)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크리켓 선수단의 평균 연봉액은 384만불로 미식축구(NFL)과 미국 프로농구 다음이라고 합니다. 인디안 프리미어 리그의 시청자 수는 13억명으로 전 세계에서 미국 미식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IPL 8팀이 1년에 60경기를 개최하는 5년동안의 tv중계료가 3조원으로 한 경기당 중계권료가 100억원이라고 합니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권료 연간 약 540억원) 인도 최고 인기 종목인 크리켓 경기에 기업들의 광고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다면 크리켓 경기에 인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정치적인 면으로 영국이 있습니다. 영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스포츠를 식민지 통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영국 귀족들만 경기를 하다가 인도 상류층에도 전파가 되어 공식 사교 창구가 되었습니다. 이후에 인도 지역간, 부족간, 종교 집단간 교류전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크로켓 경기지만 영국을 공식적으로 이기는 합법적인 통로가 되다 보니 식민지하의 민족주의가 가미되어 그 열기기 점점 뜨거워졌습니다. 이에 인도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사건이 일어납니다. 인도가 1983년 크리켓 월드컵(영국 연방제 국가를 중심으로 4년마다 개최)에서 우승을 합니다. 이어서 2011년에도 우승의 왕관을 차지합니다. 개최국이자 종주국인 영국에서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는 인도인들의 가슴에 충격과 환호의 울림으로 각인 되었습니다. 더하여 인도인들의 가슴에 용광로를 지핀 것은 파키스탄과의 국가 대항전이었습니다. 축구 한일전에 결코 뒤지지 않는 빅매치로 크리켓 월드컵에서 만나는 날이 두 나라의 사생결단의 날이 됩니다. 21년 크리켓 월드컵 16강전에서 파키스탄이 인도를 이겼는데, 파키스탄에서는 전국이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 크리켓 외교라고 2005년 인도 총리와 파키스탄 대통령과 같이 크리켓을 함께 관람하면서 화합을 하는 도구로 활용한 적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종교, 언어, 지역, 신분으로 쪼개진 인도를 하나로 묶는 것이 바로 크리켓이다 보니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적극 장려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까지, 각 지역별로 많은 리그가 인기리에 유지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크리켓이 인도에 최적화된 스포츠라는 이론입니다. 인도는 공식 언어만 22개이고 문맹률이 높아 복잡한 규칙을 가진 스포츠는 설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실전 경험이 없는 저로서도 이해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배트로 공을 때려 점수를 내는 야구와 비슷한 종목입니다. 양측 11명의 선수가 나와서 공격과 수비를 합니다. 우선 야구하고 가장 다른 점은 파울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야구장은 90도만 사용해서 타자가 친 공이 1루,3루, 혹은 포수 뒤편으로 넘어가면 파울이 되지만, 크리켓은 360도를 사용합니다. 점수가 나는 것은 볼러(투수)가 던진 공을 배트맨(타자)가 치고 수비를 하는 동안 2개의 베이스를 돌아 점수를 내는 방식입니다. 야구의 홈런처럼 바운드리 외곽을 넘어가면 6점을 얻고 바운드리까지 땅볼로 맞으면 4점, 나머지는 수비수가 공을 잡아 피치 양쪽에 있는 위켓에 맞기 전까지 왕복으로 베이스를 돌면 1점, 2점 이렇게 점수가 올라갑니다. 11명중 10명의 타자가 아웃되면 공수가 바뀝니다.
크리켓 경기 규칙 및 경기장 현황 (출처 : 스포츠조선)
아웃을 한 명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가장 쉽게 아웃이 되는 것이 타자가 친 뜬 공을 수비수가 잡는 것입니다. 이런 멋진 수비가 크리켓의 묘미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치지 못하고 위켓을 건드려 베일이라는 막대기가 떨어지면 아웃이라고 합니다. 치기 어려운 공은 배트맨이 몸으로 막기 때문에 투수가 잘 던져서 죽는 경우도 드물다고 합니다. 축구에서 해트트릭이라고 한 경기에서 3골을 넣은 선수에게 붙이는 명칭이지만, 실제 이것도 크리켓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합니다. 투수가 타자를 공략하여 3명 연속 치지 못하게 하여 아웃이 되는 상황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또한 배트맨이 친 공이 내야에 머물러 주루 플레이가 어려우면 뛰지 않아도 됩니다. 앞서 신이 된 선수인 사친 텐둘카라는 2003년 크리켓 월드컵에서 1회 초에 1번 선수로 출전하여 200점을 낸 적도 있다고 합니다.
정규 경기장은 원형이지만, 실제 시골이나 도시에서는 작은 공터만 있으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어서 브라질에서 동네방네 축구를 하듯 인도도 크리켓을 즐기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또 인도의 유명 크리켓 선수를 보면 큰 덩치의 선수가 별로 없습니다. 야구처럼 큰 덩치를 이용하여 치는 것도 아니고 수비도 맨 손으로 해야 하다 보니 민첩성이 필요해 인도사람처럼 왜소한 체격이 크리켓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타자가 쉽게 죽지 않다보니 전통적인 경기는 5일 정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인데 투구수를 제한하여 3시간 만에 끝나는 경기도 운영한다고 합니다. 나는 새도 날개가 타서 떨어진다는 더위 속에서 경기를 하자면 체력이 필수입니다. 인도에서는 채식주의가 많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을 가진 선수가 많다고 합니다. 또 인도에 최적화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느림의 미학입니다. 절대 서두를 것이 없는 문화, 거북이처럼 느리면서 때 맞춰 차도 마셔야 합니다. 크리켓도 하다가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특별히 소일거리가 없는 인도사람들에게는 5일 동안 천천히 오랫동안 즐기는 크리켓이 문화에도 잘 맞는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간단한 등산 장비를 갖추는데도 수백만원이 든다고 하는데, 크리켓은 막대기와 공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야구처럼 글러브도 필요없습니다. 브리질 등 남미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소년들이 동네방네 공터나 놀이터에서 축구를 즐기듯이 인도에서도 보이는 것 모두가 크리켓 열풍입니다. 인도 북부에 티벳 불교로 유명한 다람살라를 방문했을 때에도 그리 풍족한 도시가 아님에도 큰 규모의 크리켓 경기장이 있었습니다.또한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명소로 지정되어 있어서 의아한 적이 있었는데, 크리켓에 대하여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른 경제적 관점은 크리켓을 통하여 누구나 출신 신분에 관계없이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크리켓을 잘하면 프로리그에 나가고 돈도 벌고 국가대표로 가서 국위를 선양하는데 신분을 바꾸는 계기도 된다고 합니다.
다람살라에 있는 크리켓 경기장 (필자 직접 촬영)
식민지 정책의 하나로 시작된 크리켓이 인도에서 광적인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영국의 위대함을 느끼게 됩니다. 더 위대한 것은 크리켓을 토착화 시키고, 앞서 말씀드린대로 14억 인도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라고 봅니다. 크리켓을 직접 즐기고 TV로 즐기면서 고단함을 이겨내는 인도 사람들의 삶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좁은 문이지만 크리켓을 통하여 부와 명예를 쌓고 카스트 신분을 바꿀 수 있다는 로또 같은 역할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너튜브에서 강성용 센터장님의 인도 경제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강교수님의 강의를 듣다가 '실제 인도를 안다고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불교를 통하여 인도를 알게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저도 1년 남짓 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모르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단면을 보고 전부를 판단할 수 없고, 좋지 않은 뉴스를 하나를 보고 선입견이 생길수도 있을 것입니다. 크리켓을 통하여 인도를 다른 시각으로 봐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2022년 7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