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살이-오십한달차(25.11월)

평범한 일상에서 위대한 삶으로

by 소전 India

[황홀한 만남] ‘큰별’ 최태성 강사님을 인도에서 만나다


지난 11월 15일, 인도 생활 50개월만에 만에

처음으로 가슴을 울리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역사의 쓸모’ 저자이자,

한국사 교육의 아이콘인 큰별 최태성 강사님이

인도를 찾으셨기 때문입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강연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최 강사님은 우리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과연 위대한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역사 속 삶의 이야기로 풀어주셨습니다.


[하와이동포 이주사에서 발견한 ‘위대한 사랑’]

강사님은 먼저 한국 해외 이주의 출발점인

1902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첨단도, 기대도 없는 시대,

그저 가난을 이겨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들의 눈물 어린 이주는 훗날

750만 해외동포의 역사를 여는 첫 장이 됩니다.

1910년 조국을 잃은 절망 속에서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낯선 땅에서 가족을 꾸리고 삶을 이어가며,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상해임시정부 건립을 위한

독립공채에 막대한 금액을 헌납하는

위대한 일을 해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하와이 영사관 부지를 기부하며

조국의 위상을 세웠습니다.


갤릭(Gaelic)호 사진.jpg 1903년 하와이 이주 제1진을 태웠던 '갤릭(Gaelic)호 (출처 : 조선일보)

특히 ‘사진신부’들의 사연은

우리의 가난하고 아픈 역사를

다시 느끼게 하였습니다.

하와이에 이주한 신랑의 젊은 시절

사진 한 장을 믿고

먼 바다를 건넜지만,

20여 년 세월의 고된 노동을 견딘

폭삭 늙어버린 신랑을 마주하고 호눌룰루 항에서

울음을 터뜨리던 신부들의 모습,

그 장면에는 삶의 고단함과 사랑의 결단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임옥순 할머니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삶]

그 가운데 한 분이 임옥순 할머니였습니다.

어머니의 유품인 놋그릇 하나를 안고 하와이에 도착한 소녀.

그녀는 낯선 땅에서 열 명의 자녀를 낳아 키우며

한 가정을 일궈냈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할머니의 자장가를 듣고 자란 손자인

게리 박 교수는 하와이 대학의

영문과 교수가 되었습니다.

임옥순 할머니 사진 (출처 : 최태성 TV)

그의 회고는 2024년 이진영 감독의

옴니버스영화 하와이 연가 속

「할머니의 놋그릇」 편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평범한 여성의 삶이 한 가족과 지역사회,

그리고 후대에게 얼마나 큰 울림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와이 연가 메인 예고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9hLE0fyk7Q


[위대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큰 별 강사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셨습니다.

위대한 삶이란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지만 위대한 사랑으로

생의 끝까지 밀고 나가며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위대한 인생’입니다.

짧지만 심장을 울리는 문장이었습니다.

[크기변환]위대한 삶.jpg 위대한 삶이란 (필자 직접 촬영)

[인도 한인사회 70년] 이 땅의 ‘위대한 발자취’


하와이 이주사와는 결이 다르지만,

인도 한인사 역시 낯선 땅에서

피·땀·눈물로 쌓아 올린 위대한 역사입니다.

한국전쟁의 포로였지만 남북을 선택할 수 없어

제3국으로 향해야 했던 이들,

그리고 이후 인도에서 삶의 터전을 닦아온

수많은 선배님들,

그들의 희생과 개척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인도 한인사회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와이의 임옥순 할머니가 있었다면,

인도에는 인도 한인회의 초석을 다진

지기철 회장님 같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분들 모두가 바로 이 땅의

‘위대한 삶’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인도에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강의에 앞서 강연자로 나선 여러 한인 리더들의

이야기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분들은 과거의 위대한 삶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위대한 일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상현 재인도 총연합회 회장님] — 교민·현지인을 품은 ‘따뜻한 리더십’

첸나이 한식당 ‘에서’를 성공적으로 현지화시킨 조 회장님.

첸나이가 태풍으로 침수되었을 때

직접 보트에 물자와 식품을 싣고 교민들에게 전달했던 일화는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한 대표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한국보다는 인도인들이 더 많이 찾는 한국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내년에는 아드님과 더불어 더 많은 식당을 인도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크기변환]조상현 회장님.JPG 조상현 회장님(우측), 좌측 이광일 회장님 강연 장면 (출처 : 주인도 대사관 제공)

[박성흠 포커스텍 대표] — 성실함과 책임감이라는 기업의 뿌리

인쇄회로 기판을 생산하는 포커스텍을 키워낸 박성흠 대표님의 핵심은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성실함·현지화·직원 신뢰였습니다.

코로나19로 공장을 가동할 수 없던 그 시기에도

직원들의 봉급을 끊지 않고 지급하였습니다.

그 결과 팬데믹이 끝나자 직원들이 대부분 복귀했고,

경쟁사들은 숙련된 기술자이 회사를 떠나면서

경쟁사의 물량을 자연스럽게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성실함이 곧 기업의 경쟁력”임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크기변환]박성흠 회장님.JPG 박성흠 회장님 강연장면 (출처 : 주인도 대사관 제공)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진 신부로 하와이에서 가족을 꾸린 임옥순 할머니.

인도 한인회의 기틀을 세운 지기철 회장님.

태풍 속에서 교민을 챙긴 조상현 회장님.

직원을 끝까지 지킨 박성흠 대표님.

이 분들의 삶을 들으며, 저 역시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쩌면 위대함은 거대한 업적이 아니라,

이 낯선 인도에서 매일 성실하게,

작은 사랑과 책임을 가지고

삶을 밀고 나가는 그 과정에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위대한 일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저 또한 꾸준한 노력과 성실함,

그리고 꿈을 위한 ‘한 걸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크기변환]참석자-모두.JPG 최태성 강사님과 강연 참석자분들 (출처 : 주인도 대사관 제공)

멀리 인도까지 오셔서

우리 교민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겨주신

큰 별 최태성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귀한 자리를 준비해 주신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서

‘작지만 위대한 사랑’을 품은 삶,

그 위대한 인생의 길을 걸어가시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 11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염치(廉恥)와 후안무치(厚顔無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