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고민

by 최윤형

많은 고민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평소 나는 고민이 많은 편이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때론 누군가의 말 한마디, 어떤 표정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혼자만의 해석을 늘어놓고, 그러다가 새로운 질문이 피어나고, 그 질문은 또 다른 의문으로 확장되곤 했다.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커졌고, 결국 그 고민이 본래의 출발점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역으로까지 뻗어나가기도 했다. 마치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조차도 이 고민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혹은 그냥 내 머릿속에서 괜한 걱정이 증폭된 결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늘 생각이 많았던 나는 어느 날부터인지 잦은 소화불량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이유 없이 기운이 가라앉고 우울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고, 감정의 흐름을 가볍게 넘길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정리할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었다. 오롯이 나를 위해, 나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들 속에서 나는 내 고민의 패턴을 조금씩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내 특징은 ‘고민이 많다’였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고민이 많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내가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 말 자체로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물론 고민 중에는 정말로 불필요한 것들도 있었다. 과거에 있었던 어떤 말이나 행동,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나 자신을 보며, 이건 과연 필요한 일일까 반문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글을 통해 그 고민들을 하나씩 풀어보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무수한 생각들 중 일부는 분명한 초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초점이 맞춰진 지점에서 나는 성장, 고뇌, 사랑, 이별 등 다양한 키워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키워드들은 결코 따로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었고, 내가 20대를 살아오며 느낀 수많은 감정들과 기억들이 그 안에서 교차되고 있었다. 고민은 그 연결의 매개였고, 나는 그 고민들을 매개로 나를 돌아보고 또 미래를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길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방향성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만약 글을 쓰는 목적이 어떤 '본질적인 가치'를 증명하거나 찾아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아마 나는 처음부터 압박감을 느껴 제대로 한 줄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만 내 안에 차오르는 감정과 기억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놓았고, 그러다 보니 글은 어느새 나를 이해하는 도구이자, 감정을 정리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삶 속에서 내가 느낀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놓다 보니, 그 조각들이 하나의 흐름이 되어 결국 더 깊은 주제로 이어졌다. 그것이 바로 '성찰'이었다.


지나간 일을 되새기는 것이 반드시 고통을 동반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시간을 성찰의 태도로 바라볼 수 있다면, 과거의 기억들은 현재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양분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모든 고민이 반드시 해답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것. 그저 그 고민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삶은 반복된다. 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비슷한 감정의 흐름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생각의 정리, 고민의 해체 과정이 단지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반이 된다고 느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삶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할지도 조금은 분명해진다.


그리고 이 과정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큰 위로가 되었다. 타인의 글을 읽으며 그들의 고민과 삶을 들여다보면, 내 시야는 넓어지고 나의 문제를 상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성찰의 과정 또한 서로의 삶에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이 많은가? 그 고민은 어떤 시절의 당신을 대변하고 있는가? 그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당신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고민이 당신을 지배하려 든다면,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서 고민을 직시하고,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당신의 고민이 더 이상 짐이 아니라 하나의 성찰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 조언이 되는 순간, 그 고민은 이미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고민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또 다른 형태의 질문이자, 삶의 흐름 속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전 08화급한 불 끄려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