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는 권리

by 최윤형

권리를 누리고 싶다면 책임도 져야 한다


에쎄 하나- 아니, 그 그림 말고, 아니, 아니다, 한라산 하나 줘. 그림 예쁜 걸로. 요새는 그림이 참 무섭단 말이야. 어 그래, 그거 괜찮네. 그걸로 줘.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던 시절이었다. 금연을 지향하는 나라에서는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혐오스러운 그림을 더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리게 만드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편의점 알바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그림 하나가 담배를 사고자하는 사람의 의지를 얼마나 꺾을 수 있을까 의아한 기분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에게는 누가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담뱃값이 얼마나 오르는지 알고 싶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할 때, 내 뒤에 가득했던 담배는 그 이름을 외우는 것부터 고역이었으며, 담배를 사러 오는 미성년자를 걸러내야 하는 것도 하나의 일이었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담배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담배를 처음 접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끊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단순한 중독성을 넘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성인이 되고서 성인을 상징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자유의지? 하지만, 성인을 자유에 비교하기에는 갓 성인이 된 스물은 자유보다는 통금이나 알바와 같은 조금 다른 형태의 새로운 속박에 시달려야 했다. 어쩌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과정에서 그 속박의 형태는 다변화되어 지속되는 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나는 성인을 상징하는 것에 대해 술과 담배라고 생각했다.

신분증을 발급받는 것은 스물이 되기 전이었지만, 당시 그 네모난 카드는 학교 학생증만큼이나 무게감이 없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존재함의 의미를 그다지 주지 못하는 그냥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그 플라스틱 조각에는 이상하리만큼 거대한 힘이 생겼다.

술과 담배, 어떻게 생각하면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그것에 대해 그 선을 넘어설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성인이 되면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 술과 담배가 하나의 권리로 자리 잡을 때쯤, 담배를 뚫기 위해 애써 자신을 포장해 편의점으로 오는 미성년자들이 조금 더 한심하게 보였던 것 같다.

담배를 위해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칭하던 그 모습. 성인의 책임보다는 권리만을 누리고 싶어 하던 모습.

시간이 지나면 담배에는 손도 대지 않을 것 같던 같은 반 모범생들도 술과 담배의 그 선을 어려움 없이 넘게 될 텐데.

눈에 보이는 자유는 그럼에도 다가갈 수 없는 사람에게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만 같다.

만약 미성년에게 술과 담배가 허용된다면, 어쩌면 이는 소위 말하는 노는 아이들의 일탈보다는 굳이 찾지 않는 불량식품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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