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도

by 최윤형

너 언제까지 어릴건데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이다. 크게는 나이에 따라, 작게는 어떤 순간에서도 시간은 각기 다르게 흘러간다. 흔히 나이의 숫자를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빗대어 표현하곤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건, 체감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스물다섯. 아직 젊은 나이다. 하지만 ‘어린 나이’보다는 ‘젊은 나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고,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는 내가 더 이상 마냥 ‘어리다’는 범주에 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책임지게 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려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면서, 자연스레 책임의 무게도 커진다. 그 무게 속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때면 ‘아직 어리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나를 향해 “넌 아직 어리잖아. 앞으로 기회는 많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어리다’는 개념이 언제까지 나를 보호해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언젠가는 “그래서, 너 언제까지 어릴 건데?“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야 할 날도 올 것이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라도 빨리 스물이 되기를 바랐다. 그 나이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다. 책임보다는 자유, 무게보다는 아름다움. 그래서였을까. 스물까지의 시간은 유독 느리게 흘렀다. 그리고 스물다섯. 그래, 스물다섯까지는 괜찮았다. 어딘가 더 단단해지고, 조금은 더 성숙해지는 시기라고 여겼으니까. 어디서든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십대 후반이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갑자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오지 않기를 바래서일까. 아니면, 떠나지 않기를 바래서일까. 미성년일 때의 10년은 길고 넉넉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의 10년은 이룬 것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것 같은 불안이 있다. 성장기에는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눈에 띄는 신체적·정신적 변화 속에서 시간이 풍부하게 채워졌지만, 이제는 신체의 성장이 멈추고, 일상은 반복된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익숙한 것을 유지하고 다듬는 일이 많아졌고, 하루하루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그만큼 빠르게, 더 짧게 느껴진다.


매일이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될수록, 우리는 나이보다 더 빠르게 늙어가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의 이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애쓴다. 아직은 ‘젊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 시기를,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붙들고 싶다.


시간은 언제나 흐른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흐름이 아니라, 그 안에 내가 어떤 나로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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