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넌 열심히라도 해

by 최윤형

열심히라도 해보고 뭐라 하던가


“형, 참 열심히 사네.”
문득 동기가 던진 이 한마디에, 열심히 산다는 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단지 시간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 ‘열심히’일까.
아니면 그 시간을 통해 일정한 효율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상태를 의미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과연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열심히만’ 살고 있는 걸까.
세상은 생각보다 각박하고, 뜻대로 되는 일은 손에 꼽는다. 웃음 너머엔 숨겨진 거짓이 있고,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상호성의 원칙이 작용한다.

모를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틀렸다.
모든 것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작용했고, 같은 상황이라 해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결말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미세한 차이는 때때로 가장 큰 간극이 되었다.
그 틈 속에서 마음은 쉽게 무너졌다.

세상 속으로 뛰어들수록 가벼운 관계는 많아졌고, 깊은 관계는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나누는 소식과 보내는 시간만큼은 깊은 관계처럼 느껴졌다.
성인이 된 이후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도 많아졌다.

반면, 나를 더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과거의 인연들에게는,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지 모를, 차마 꺼낼 수 없는 마음 하나가 생겼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거리를 둬야 할까.
누가 내 편이고, 누가 아닌가.

지인들의 이름을 떠올려보면 모두 내 편처럼 느껴지지만,
아플 때 고통을 나눌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이 그 생각을 부정한다.

고통을 나누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내 고통이 누군가의 기쁨이 될까 두려워서일까.
자존심 때문일까.
혹은 내 고통으로 상대가 아파할까 봐서일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 아픔에 함께 아파해줄 사람과, 기뻐할 사람을 구분하는 일도 어렵다.
가까웠던 사람, 혹은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한 거리감을 느낄 때,
내가 쏟은 시간과 마음은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내가 보여준 모든 것이, 과연 우리 사이의 조용한 비밀로만 남을 수 있을까.
혹여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 속 구설이 되는 건 아닐까.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가 싶다가도,
결국 세상은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에,
자연스레 말수가 줄었다.

“침묵이 덕이다.”
옛사람들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 늘어났다.
보여주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더 귀해졌고,
빠른 걸음보다 느린 걸음이 더 멀리 간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나는,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걸까.

넥타이를 날리며 바삐 걷는 저 직장인처럼,
나 또한 하루를 분주히 살아간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고학년이 되어 선배 노릇을 했고,
중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고학년이 되어 또 선배 노릇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말년생이 되었고,
이제는 사회초년생으로 다시 처음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또다시 뛰어야 하는 걸까.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앞으로의 삶에 언제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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